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배아줄기세포 무한증식 ‘스위치’ 찾았다

입력 | 2010-03-25 03:00:00

이성림 경상대 교수 등 한미연구진 ‘네이처’ 발표
암세포로 변이 막아 난치병 안전치료 기대



줄기세포 무리에서 유전자만 형광으로 빛나게 한 모습. 사진 제공 경상대


배아줄기세포를 무한 증식시키는 ‘스위치’를 한국인 과학자가 포함된 국제 연구진이 찾아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뇌, 혈관, 근육 등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로 변할 수 있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세포로 불린다.

이성림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34)와 미노루 코 미국 국립보건원(NIH) 책임연구원은 24일 “배아줄기세포의 분열과 증식에 필수적인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5일자에 발표됐다. 이 유전자는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어 안전한 줄기세포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는 일반 세포와 달리 끝없이 분열하면서 세포 수가 늘어나는데 우리가 발견한 ‘Zscan4’라는 이름의 유전자가 분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 유전자는 염색체의 끝에 있는 ‘텔로미어’라는 부위의 길이를 조절한다. 세포는 분열할수록 이 부위가 조금씩 짧아져 더는 분열하지 않게 되지만 줄기세포나 암세포는 계속 긴 상태로 남아 있다. 이 현상을 발견한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은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마치 스위치처럼 이 유전자가 켜지면 배아줄기세포가 분열을 해도 염색체 끝(텔로미어)이 길고 안정된 상태로 남아 있어 계속 분열할 수 있다”며 “유전자 스위치가 꺼지면 바로 세포 분열이 멈출 정도로 이 유전자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배아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줄기세포 치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인 암 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역분화줄기세포 연구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