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묘미는 이변에 있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을 때 팬들은 열광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모태범은 열세라던 예상을 깨고 금메달을 땄기에 영웅이 됐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여자프로농구는 이와는 정반대로 보인다. 올 시즌에도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두 팀은 4강 플레이오프를 나란히 3연승으로 통과했고 4년 연속 우승을 다툰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중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을 뺀 나머지 4개 구단은 벌써 몇 년째 들러리다. 노련미와 경험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부터 포스트시즌 16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이번에 우승하면 4년 연속 통합챔피언에 오른다. 지나친 독주로 여자 농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정상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꾸준히 선수를 길러내고 훈련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나밖에 없는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승부가 ‘그들만의 리그’로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어이없는 오심까지 쏟아지며 팬들의 외면을 부추겼다.
전력 평준화를 위한 외국인 선수의 재도입도 검토되고 있으나 국내 선수 보호와 뒷돈 계약 등 문제점을 지닌 만큼 신중해야 한다.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활발한 트레이드와 유망주 발굴 및 육성이 필요하다. 한때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다 침체에 빠진 여자 농구는 재도약을 향한 변화가 절실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