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착하게 살아야 하나◇호모 에티쿠스, 윤리적 인간의 탄생/김상봉 지음·한길사
인간의 행복은 인간의 삶을 국가나 시민단위에서 고찰할 때, 우리가 행복에 적당히 거리 두는 법을 배울 때 다가온다. 탐욕과 이기심을 뛰어넘는 도덕과 윤리, 선(善)의 원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이 윤리(도덕)는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존재의 완전성을 동경했던 플라톤부터 목적으로서의 인격을 강조한 칸트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주요 철학자들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독자적인 윤리학설을 구축해왔다. 저자는 이들의 윤리학설의 핵심 내용을 소개하면서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의 탄생 과정을 되짚는다.
우선 윤리학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서양철학에서 윤리학(ethics)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는 윤리학을 ‘에티케 테오리아’(ethike theoria)라고 불렀는데, 직역하자면 에토스(ethos·습관이나 관습)에 대한 이론(theoria)이라는 뜻이다. 윤리학은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기존 관습이나 전통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이론이었다. 그 배후에는 기원전 그리스인들의 반항적인 정신의 대변자인 소피스트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도덕의 가치와 선의 의미를 물었던 최초의 사람이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소크라테스는 악덕과 방종을 무지의 소산이라고 보았으며 절제란 앎이나 인식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그에게 윤리적 덕의 본질은 앎이었다.
이상주의적 윤리학자인 플라톤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윤리적 문제상황을 폭넓게 다루기보다 원칙적, 추상적 규범을 일관성 있게 다듬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서 당면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폭넓게 다룸으로써 실질적 지침을 제공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과 함께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phronesis)를 강조했다. 저자는 이후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 등을 거쳐 스피노자, 흄, 칸트의 윤리학으로 전개된 서양 윤리학 계보를 소개해 간다.
윤리학의 사조를 살펴보는 철학서이지만 단지 철학개론서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의 사유를 바탕으로 선한 의지란 무엇인지, 윤리와 도덕성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며 우리의 삶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묻고 성찰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서양 윤리학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저자는 선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긍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과 연민, 그리고 보편적 법칙에 대한 존경심”이 고루 필요함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