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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 광고]동화약품 ‘까스활명수’편

입력 | 2010-03-27 03:00:00

밥 한끼에 가족 情새록새록




“엄마, 오늘은 몇 시에 와?” 우리 아이가 저녁마다 전화로 묻는 이야기다. ‘아, 평일에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어본 적이 언제던가.’ 문득 손가락을 꼽아본다. 대다수 직장인이 앞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온 가족이 매일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한 조사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 가족이 하루 한 끼를 함께 식사하면 아이의 성적이 올라가고 청소년 약물중독 사례도 줄었다. ‘이런, 우리 아이를 위해 나는 이렇게 간단한 것을 실천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래서 까스활명수의 첫 번째 캠페인 ‘세상에 맑은 바람’ 편은 ‘하루 한 끼 가족이 식탁에서 만나자’라는 화두를 끄집어냈다. 실천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화두.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꿀 캠페인으로 시작했다.

너무 거창한가? 아니다. 요즘 김연아뿐만 아니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겨울올림픽 등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세계적인 활약상은 놀라울 정도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선진국이 될 수 없다던, 우리나라 선수들은 체력이 뒤지기 때문에 스피드 종목에선 잘할 수 없다던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은 다 깨지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작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나라가 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체적으로 훌륭한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이 답이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바로 온 가족이 하루 한 끼라도 식탁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참 쉽다.

동화약품은 처음부터 까스활명수 광고는 여타 브랜드의 광고와는 달라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국내 최장수 브랜드로서, 그리고 소화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넘버 원 브랜드로서 사회에 뭔가 공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경영진의 신념이었다. ‘나이 들수록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최장수 브랜드로서 사회적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이 바로 이번 캠페인의 탄생 배경이다.

‘세상에 맑은 바람’이라는 캠페인명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부채표’에서 나왔다. 부채가 맑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세상을 맑게 하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동화약품의 약속이다. 그런데 어떤 소비자는 까스활명수가 사람들의 배 속에 시원하고 맑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형상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내줘서 그 또한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광고는 결국 소비자의 해석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이번 광고는 아무리 봐도 가족의 얼굴을 보기 힘든 TV, 아무리 들어도 가족의 목소리가 나올 리 없는 헤드폰이 아닌, 가족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밥상’의 모습을 제안하고 있다. 제품의 장점을 전달하는 제품 광고가 아닌, 국민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광고는 두 편의 멀티 소재다. ‘헤드폰’ 편에서는 잘생긴 청년(사방에서 누구냐는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이 헤드폰을 끼고 거리를 걷는다. 갑자기 음악 대신 ‘아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구수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헤드폰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나올 확률 0.0000001%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하루 한 끼 가족이 식탁에서 만나자’라는 자막과 가족의 식사 모습이 나온다.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서 식사 시간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TV’ 편 역시 TV는 봐도 서로 얼굴 볼 일은 부족한 가족의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절실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까스활명수 캠페인 이후, 여전히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긴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 아침만큼은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광고하면서 이렇게 보람찬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까스활명수의 다음 캠페인들도 기대해 주기 바란다.

이상진 웰콤 캠페인 3팀 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