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은 1953년 6·25전쟁이 끝나자마자 중국을 방문했다. 김 주석은 이를 포함해 중국을 19회 방문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방문지는 베이징(北京)이 많았지만 다른 곳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북쪽 끝인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을 비롯해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과 다롄(大連), 남쪽 지방인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등 곳곳을 다녔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는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가 마중을 나와 동행했다. 1964년 김 주석의 하얼빈 방문 때 저우 총리는 베이징에서 하얼빈까지 1000km가 넘는 여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누가 그보다 더 환대를 받았을까 싶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한 중국인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외국 원수 접견에 대한 특별 규정을 만들었고 그 규정은 사실상 김 주석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넉 달째 김 주석의 아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한다면 2006년 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그는 국방위원장 취임 이후 2000년 5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 지도자로서 그의 아버지가 1991년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9년 만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후 2001, 2004, 2006년 등 3차례 더 방문했고, 그때마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방중은 아무런 변화를 추동하지 못했다. 중국은 계속 커졌고 북한은 계속 왜소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 측의 환대는 그의 아버지 때보다 한참 떨어진다. 김 주석은 베이징 한복판에서 오색 풍선이 수없이 하늘로 올라가고 수많은 중국인이 길 양옆에 늘어서 북한 국기와 꽃다발을 흔드는 대환영 속에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이제 카퍼레이드는 고사하고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가 극비에 부쳐진다.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지만 정부 측 영접인사, 중국 언론의 보도 태도, 중국 내 분위기 등 여러모로 부친 때와는 판이하다. 김 위원장은 그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