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 내는 원인 규명철판 안으로 휘면 외부충격… 바깥쪽이면 내부폭발 추정시계 30cm-강한 조류 변수
천안함 함미의 위치가 확인됨에 따라 갈피를 못 잡던 침몰 원인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발생 나흘째임에도 내부에서 발생한 폭발인지, 외부에서 발생한 폭발인지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29일 천안함 함미에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선체 인양 이전에도 이를 가늠할 1차적 판단의 근거가 확보된 셈이다.
○ 철판 어느 방향으로 휘었을까
천안함 침몰 원인이 내부 폭발인지, 외부 폭발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선체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두 동강 난 천안함 함수와 함미의 잘린 부분의 철판이 어느 방향으로 휘었는지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어오면 1차적인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다. 철판이 배 안쪽으로 휘어져 있으면 외부 폭발이고 배 바깥쪽이면 내부 폭발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초 손상 부분을 빨리 찾을 가능성
천안함의 침몰을 가져온 최초 손상 부분을 찾는 시기는 배가 어떤 자세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천안함 후미는 개펄 쪽에 90도 정도로 누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갈라진 부분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강한 조류 등의 변수는 여전히 악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물속에서의 시계(視界)가 30cm에 불과해 실종자 수색작업도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침몰 원인 규명은 아무래도 생존자 확인 및 실종자 수색작업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손상 부분을 찾더라도 폭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배가 둘로 갈라질 때의 압력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육안으로 판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천안함의 최초 손상 부분이 개펄 쪽으로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라면 추가적인 2차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이 선체 외부에서 손상 부분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선실 등을 통해 배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쪼개진 부분이 어떤 형태로 되어있는지는 폭발의 규모와 종류를 알아내는 분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손상 부분을 제대로 찾아낸다면 기뢰가 배에 닿아서 터졌는지, 아니면 배 밑에서 터져 기포 및 소용돌이에 의한 충격을 가한 것인지 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가라앉은 함수와 함미를 모두 인양해 조사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