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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사랑은 너무 복잡해’를 본 40대 부부 관객의 ‘남자론’

입력 | 2010-03-30 03:00:00

女: 이혼하고 동침? 뻔뻔스러워男: 얼마나 자유를 갈망했으면…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이혼 10년 뒤 다시 잠자리를 같이 해버린 50대 남녀의 사랑을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뤘다. 사진 제공 UPI ☞ 사진 더 보기

‘사랑은 너무 복잡해’(11일 개봉·18세 이상)는 이혼한 50대 남녀의 사랑과 고민을 다룬 영화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성공적 삶을 사는 여성 제인(메릴 스트립)과 변호사 제이크(앨릭 볼드윈)는 이혼한 지 10년째.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술에 취해 기분이 ‘업’되면서 얼떨결에 동침해버린다. 이후 “다시 합치자”며 전처를 졸졸 따라다니는 제이크. 제인을 버리고 새파랗게 젊은 여성과 결혼했건만 이젠 새 아내의 다섯 살짜리 아들(이 아들은 새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아이다)을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또다시 힘겹게 느껴지는 그는 50대가 된 전처와 나누는 ‘자유롭고’ ‘침대 다리가 부러질 만큼 뜨거운’(이상 그의 표현) 사랑에 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우주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라며 무지막지하게 대시하는 제이크. “전남편의 정부(情婦)가 될 순 없다”면서도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 제인. 한 40대 부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독한 논쟁을 벌였다.

아내=역시 남자와 여자는 질적으로 달라. 이혼 10년 만에 동침하고 난 뒤 남자와 여자가 보이는 상반된 반응을 보면 알아. 제인은 “우린 이혼했잖아?”라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제이크는 “젊은 아내가 있는 내가 나이든 전처랑 섹스를 하다니!”라며 흡족해하잖아?

남편=제이크가 전처와의 섹스에만 환장을 한 건 아니야. 남자는, 뭐랄까?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랄까? 세 자녀를 양육하느라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제이크는 제인을 떠나 자유를 찾아 젊은 여자에게 갔던 거지. 하지만 다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힘겨운 결혼생활이 시작되자, 이젠 여유로워진 아내에게 돌아오고 싶어진 거야. 그건 남자의 회귀본능 비슷한 거지.

아내=남자가 무슨 연어야? 남자는 그래서 ‘뻔뻔하고 자기만 안다’는 얘길 듣는 거야. 영화를 봐. 남자는 전처와의 동침을 당연하게 여기잖아? 쯧쯧. 과거에 이미 부부로서 잠자리를 했으니 또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거지. 여자는 180도 달라. 이혼해서 헤어지면 그때부턴 ‘남’인 거야. 아니, 남보다 못한 남.

남편=근데 왜 나한테 화를 내? 그래도 왠지 짜릿하지 않을까? 익숙한 듯하면서도 해선 안 되는 일을 하는 듯한 묘한 느낌 말이야.

아내=남자는 그래서 저질이야. 수컷들은 오로지 자기 유전자를 퍼뜨릴 생각만 하지, 아내와 동고동락하며 아이들을 양육할 생각은 안 해. 여자는 고되고 힘겨운 시절을 자신과 함께해 주는 남자와 잠자리를 할 때 진정으로 흥분이 되는 거야.

남편=이 영화가 말해주는 분명한 사실이 있어. 섹스의 만족도는 상대가 얼마나 젊고 싱싱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유를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 제이크를 봐. 섹시하고 젊은 새 아내와 결혼했건만, 의무감에 잠자리를 하다 보니 결국 전처에게 마음이 다시 가게 되잖아? 섹스는 판타지야.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탈을 얼마나 꿈꿀 수 있느냐가 만족도를 좌우하지.

아내=그래서? 당신도 일탈을 꿈꿔?

남편=천만에. 나는 달라. 익숙한 대상에게서 오히려 자유를 꿈꿔.

아내=그건 나도 비슷해. 다른 남자는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때론 당신이 ‘다른 당신’이었으면 하고 상상하긴 해.

남편=(화들짝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야? 잠자리에서 나를 근육질 배관공으로 상상한단 얘기야?

아내=그래서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저질인 거야. 내가 상상하는 건, 더 따스하고 로맨틱하고 속이 넓은 당신이야.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동영상 =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스페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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