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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모스크바서 지하철역 연쇄 폭탄테러

입력 | 2010-03-30 03:00:00

출근시간대 2곳서 ‘쾅! 쾅!’… 38명 사망“수도 한복판까지…” 테러공포 확산“두 명의 여성 자살폭탄테러범 소행”




29일 오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지하철역 2곳에서 연쇄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38명이 숨지고 102명이 다쳤다. 특히 이번 테러는 크렘린궁과 연방보안국(FSB), 내무부 등 관공서가 밀집한 수도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1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2004년 파벨레츠카야 지하철역 테러 사건 이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가장 큰 폭탄 테러 참사로 기록됐다. 러시아 보안당국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반군 또는 이에 동조하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 출근시간대 2곳서 “쾅”

첫 번째 테러 공격은 오전 7시 55분경 모스크바 시 중심가 루비얀카 지하철역에서 발생했다. 역내로 들어오던 전동차의 두 번째 칸에서 폭탄이 터져 승객과 플랫폼에 서 있던 시민 등 24명이 숨졌다. 적어도 18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상태가 위독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루비얀카역은 크렘린궁, FSB 본부 건물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의 편집자인 알렉산드라 안토노바 씨는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40분 후 루비얀카 역에서 네 정거장 떨어진 파르크쿨트리역에서 두 번째 테러가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TV에는 폭탄이 터지고 나서 먼지와 연기로 가득 찬 역사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절망 속에서 머리를 감싼 승객들의 모습이 방영됐다.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두 명의 여성 자살폭탄테러범이 각각 다른 전동차에 탔다가 역에 도착한 뒤 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루비얀카역 테러는 피해 규모로 봐서 폭발 위력이 TNT 4kg에 상당하며 파르크쿨트리역은 TNT 1.5kg 상당의 폭탄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 테러 배후와 수사 방향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테러는 2004년 2월 6일 체첸 반군들이 저지른 자살폭탄테러로 40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부상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는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의 체첸 전쟁 이후 잉구셰티야, 다게스탄, 세베로오세티야 등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체첸 반군 잔당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급행열차를 테러했다고 주장한 체첸 반군 지도자 다쿠 우마로프는 지난달 “테러 활동이 러시아 전역에 걸쳐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FSB 관계자는 “여성 자살폭탄테러범은 10년 전 모스크바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검은 과부들(러시아 정부군에게 남편을 잃은 체첸 출신 여성 테러범)’을 연상시킨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하고 테러 분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지시했다고 크렘린 측이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은 폭력적 극단주의와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극악무도한 공격에 반대하는 러시아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에 확인한 결과 희생자 가운데 우리 교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