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2008년 이어 또 V헹가래강호 장충고 꺾고 대회 5번째 패권
“우리가 챔피언” 28년 만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최후의 승자는 광주일고였다. 광주일고는 29일 열린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장충고를 1-0으로 꺾고 통산 5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선수들이 허세환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며 환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잠실야구장이 완공된 1982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열린 뒤 28년 만이다.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심판들도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장충고 이민호는 경기 전 “이곳에서 야구를 하게 돼 너무 흥분된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프로야구 LG 이병규(장충고 졸업)와 이대형(광주일고 졸업)은 일찌감치 더그아웃에 나와 모교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대형은 “결승에 콜드게임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병규는 “일방적으로 가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응수했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한나라당 의원)이 시구를 했다. LG 김진철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 구속이 평소보다 시속 5km 이상 더 나온다. 잠실 결승이라 집중력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호들의 대결답게 경기는 팽팽했다. 2회까지 탐색전을 마친 광주일고는 3회 1사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이동건이 2사에서 터진 이현동의 2루타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장충고 우익수 민원홍이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타구는 글러브에 살짝 맞고 땅에 떨어졌다. 0-1로 뒤진 7회초 무사 1, 3루의 위기를 잘 넘긴 장충고는 이어진 공격에서 1사 2루의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광주일고 선발 유창식에게 잇달아 삼진 2개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8회에도 선두타자 황윤호가 출루했지만 희생번트 실패에 이어 병살타가 나왔다. 장충고 유영준 감독은 “상대가 강했다. 아쉽지만 잠실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결승전 포함 29이닝 무실점 ‘괴력투’ ▼
MVP 광주일고 투수 유창식
‘평균 자책 0.00.’
준결승까지 4경기에 등판해 20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은 유창식은 29일 장충고와의 경기에서도 9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29이닝 무실점, 탈삼진 30개. 결승전까지 팀이 거둔 6승 중 4승이 그의 어깨에서 나왔다. 최우수선수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의 차지였다.
고교 졸업반인 그를 두고 이미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8개 프로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몇 개 팀이 입단을 타진하고 있다. 유창식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솔직히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심사숙고한 뒤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동영상 = 광주일고,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5번째 우승
▼ “투수들 너무 잘 던져… 잠실우승 감격” ▼
허세환 광주일고 감독
광주일고 선발 투수 유창식이 9회말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허세환 감독(49·사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야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잠실구장에서의 우승이라 더욱 흥분되고 감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2005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59회 대회에서 지도자로서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경험했다. 동대문구장 철거 이후 아마 야구의 목동시대를 연 2008년 제6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동대문, 목동, 잠실구장에서 모두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은 최초의 고교 야구 감독이 됐다.
강승규 회장 힘찬 시구 역사적인 잠실 결승전의 시구자로 나선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김재명 기자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