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끝으로 2009∼2010시즌이 막을 내렸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 퀸’ 김연아(20·고려대)에겐 아주 특별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 김연아는 5개 대회에 출전했다. 본보는 올 시즌 김연아의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보며 영광의 순간과 힘든 시간을 함께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표정에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감추는 법이 없다. 표정만으로도 김연아의 그날 기분과 생각이 느껴진다. 올 시즌 표정으로 본 김연아와 뒷이야기들을 살펴봤다.》
[1] 시즌 첫 대회.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의 모습은 ‘설렘’ 그 자체였다.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는지 모든 것들이 설레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쳤다. 우승을 했지만 아쉬운 표정이었다. 좋아하는 파리에 왔는데 여행을 하지 못한 게 서운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2] 레이크플래시드까지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닌 차로 이동했다. 8시간 동안의 자동차 여행. 도착 직후 가진 인터뷰에선 너무 편해 보였다. 갓 여행을 마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김연아와 같은 호텔에 묵으면서 몇 번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김연아는 웃고 농담도 하며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다. 자신이 정한 양만 먹고 그 이상은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도 철저했다. 관계자가 나이 차가 많은 기자의 호칭을 바꿔 보는 것에 대해 제안을 하자 김연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기자님 대신에 아저씨 어때요. 하하.”
[3] 힘든 대회였다. 김연아의 표정을 보면 ‘나 힘들어’라는 것이 느껴졌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한 일본 기자가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김연아의 실수 부분만 집중적으로 물었다. 당시 국내 취재진은 기사 마감시간 때문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던 4대륙 선수권대회 얘기도 대회 기간 내내 나왔다.
[4]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제 막 목표의 중간을 지났을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랑프리 파이널 때 일본 기자의 인터뷰를 의식해서인지 인터뷰는 극도로 자제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 참석한 김연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몰려드는 사인과 사진 공세에 지친 표정이었다. 행사장 구석에 잠시 피해 있던 김연아는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 평소의 김연아가 아니었다. 대회 성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긴장이 풀어졌음이 역력했다. 빨리 경기가 끝나기만 바랐던 김연아는 그토록 고대하던 휴식을 취했다. 쇼핑도 하고 먹는 것도 마음껏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많이 먹어서 살 쪘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은퇴 아직 고민… 10년뒤엔 코치 할수도”
“‘프리’ 경기 직전까지도 타다 안되면 포기 생각”
■김연아 갈라쇼 마치고 인터뷰
지난달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보다 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29일 갈라쇼가 끝난 뒤 국내 취재진과 만나 30분간 대회 소감과 진로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강심장’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괜히 왔다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연습 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 직전까지 ‘타다가 안 되겠으면 그만두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 직전 워밍업 동안 안정을 되찾았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자신의 목표를 이룬 김연아는 이제 진로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연아는 “선수로 계속 뛰든지, 아니면 공연에 나서며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지금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경기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 하기 싫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 뒤 계획도 살짝 내비쳤다. 김연아는 “10년 뒤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살만 찌지 않는다면 말이다”라며 “곽민정과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연습을 했는데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코치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토리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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