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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줄리아 워홀라

입력 | 2010-03-30 03:00:00

어머니는 별일 없으세요




 줄리아 워홀라 (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101.6×101.6cm·1974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슬로바키아에서 미국 피츠버그로 이민 온 궁핍한 가정의 3형제 중 막내. 어린 시절 병약했던 소년은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만화책과 색칠공부 책을 사다주고, 그림 한 장을 그리면 초콜릿을 안겨주었다.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격려해준 어머니 덕분에 자신감을 얻은 소년. 훗날 20세기 팝 아트의 제왕에 오른다.

이 작품은 아낌없는 사랑을 베푼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앤디 워홀이 완성한 초상화다. 어려서부터 막내를 각별히 챙겨준 어머니는 그를 돌보기 위해 1952년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이주한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서 살면서 어머니는 아들의 일상뿐 아니라 작업에도 참여한다. 워홀의 그림에 종종 나오는 꼬불꼬불한 글씨와 서명이 바로 어머니의 필체다.

그의 어머니는 1972년 11월 가족을 만나러 피츠버그에 갔다가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들은 뜻밖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주변에도 부음을 알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친의 안부를 물을 때마다 워홀은 별일 없다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워홀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줄리아 워홀라. 그의 초상은 미술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 표지에 실리는 등 아들 덕분에 평범한 어머니의 이름이 예술의 영토에 자리 잡게 됐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