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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속초함, 궁금증 풀어줄까

입력 | 2010-04-01 03:00:00

[1]새떼에 주포를? 당시 “반잠수정” 판단
[2]구조대신 경계 ‘추가공격’ 대비 가능성

천안함 폭발사고 난 뒤
구조 제쳐두고 ‘특별임무’
“北소행 판단” 추적 나선듯
5분간 주포 130발 포격
새떼라면 벌컨포 대응 적절




지난달 26일 오후 9시 30분경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원인 모를 폭발음과 함께 침몰한 지 1시간 반 뒤인 오후 10시 57분. 사고현장 인근 서쪽 해역에서 5분간 하늘을 찢는 포성이 울렸다. 천안함과 같은 규모의 초계함인 속초함이 레이더에 나타난 미확인 물체를 쫓으며 76mm 주포를 5분간 130여 발이나 발사하고 있었다.

군 당국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과 속초함 발포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설명해 왔다. 속초함이 레이더상의 물체를 무엇으로 여겨 사격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나중에 “새떼로 판명됐다”고만 말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고현장 인근에 있었던 속초함이 왜 천안함 승조원 구조를 위해 오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미스터리의 열쇠는 당시 속초함이 수행하고 있던 ‘특별한 작전 상황’이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군은 천안함 폭발 이후 속초함에 대북경계 지시를 내렸다. 해군으로서는 사고 직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속초함은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초계작전을 수행하면서 천안함을 폭파시켰을지 모르는 북한의 공격 물체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확인 물체가 속초함의 레이더에 잡혔고 속초함은 이 물체를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판단해 발포했다. 속초함이 우발적으로 발견한 레이더상의 물체에 경고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천안함을 공격한 반잠수정’이라고 여겨지는 물체에 ‘격파사격’을 가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일었던 의혹 가운데 몇 가지가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우선 ‘새떼’ 논란이다. 속초함은 레이더상의 미확인 물체를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판단해 76mm 주포 130여 발을 발사했다. 군은 나중에 이 물체를 ‘새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새떼를 가격하기 위해서였다면 76mm 주포가 아닌 대공 벌컨포가 적절했다”며 군 당국이 북한의 공격을 은폐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76mm 주포를 발사할 때까지만 해도 군은 미확인 물체를 반잠수정으로 판단했던 것이 분명해졌다.

해군 작전사령관 출신의 함정 전문가는 “초계함의 대함레이더에는 고도가 나오지 않지만 새떼의 평균 속도(50노트)와 항공기의 속도(200∼400노트)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레이더상의 물체를 항공기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함의 경우에도 해군 레이더망을 피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내려오기 어렵다. 잠수함은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음파탐지기로만 찾을 수 있다. 파도 등의 영향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가라앉는 반잠수정만이 레이더에 나타나는 패턴이 새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해역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천안함 승조원은 구하지 않고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점도 풀린다. 제2함대는 천안함이 침몰하자 속초함에 ‘대북경계작전’을 명령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속초함은 명령에 따라 천안함 구조 대신 인근 해역에 대한 대북경계에 들어갔다. 레이더에 작은 것 하나라도 잡히면 바로 사격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얘기다.

인근에 있던 해군 고속정들이 천안함이 침몰하는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지만 구조는 하지 않고 주변 경계에 주력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명이 가능하다. 군은 일찍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70여 분간 구조작업을 하지 않고 해양경찰의 구조만 기다리다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결국 해군 함정들은 북한 반잠수정의 기뢰나 어뢰의 공격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공격에 대비했다는 얘기가 된다.

군 당국은 아직까지 “미확인 물체는 새떼로 추정됐다”는 기존 발표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물체가 반잠수정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초계함(천안함)에서 어뢰 탐지장치를 담당했던 수병의 말에 따르면 어뢰 징후는 없었다고 한다”면서도 “반잠수정도 두 발의 어뢰를 싣고 있어서 적정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하다.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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