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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韓준위 빈소 찾은 실종자가족 “살 사람이 떠나… 미안합니다”

입력 | 2010-04-01 03:00:00

순직 한주호 준위 추모

“전역하면 모이기로 했는데” 유가족 하염없이 눈물
“후배-나라 위해 온몸 바쳐” 각계서 2100여명 조문
장례 ‘5일간 해군장’ 격상




“명복을 빕니다” 순직 한 준위 조문 발길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후배 사병을 찾기 위해 수중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는 동료 군인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빈소를 찾은 고인의 동료 군인이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를 위로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작전복을 입고 고속단정에 올라 소말리아 바다를 바라보는 늠름한 모습의 영정은 진정한 군인 그 자체였다. 영정 앞에 놓인 보국훈장 광복장이 작아 보일 정도였다. 영정은 지난해 소말리아 해역의 선박보호 임무를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1진에 지원해 한창 선박 검문검색 작전을 했을 때 찍은 것이다.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다 지난달 30일 순직한 한주호 준위(53)의 빈소가 차려진 3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빈소에는 한 준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군 동료 및 선·후배,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군은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2100여 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 가장 잃은 가족들 오열

다정다감한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부인 김말순 씨(56)와 역시 군인으로 육군 1사단 중위인 아들 상기 씨(25), 딸 슬기 씨(19·경산대 2학년)는 눈물을 훔쳐가며 빈소를 지켰다. 고인의 형 한창호 씨(55)는 “혹독한 수중파괴대(UDT) 근무를 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던 든든한 동생이었다”면서 울먹였다. “전역하고 나면 이제 형제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해보자고 그랬는데….” 주검이 돼 가족 곁으로 돌아온 고인은 진해에 벚꽃이 만발하면 형과 친척들이 있는 서울에 가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 “정말 미안합니다”… 실종자 가족 조문

이날 오전 천안함 실종자 가족 7명이 빈소를 찾았다. 실종자 가족들과 한 준위의 유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터지는 울음에 말다운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맞잡은 손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했다. “살 사람이 갔어. 내 손자가 지금 실종자야.”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 씨가 한 준위의 아내 김 씨의 손을 붙잡고 흐느꼈다. “이건 아닙니다. 우리 금쪽같은 내 새끼 아버지인데….” 김 씨가 오열했다. “뭐라 말씀드리겠습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실종자 이창기 원사의 형인 이성기 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까운 분을 잃은 것 같아 유가족에게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고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군과 정계 인사들도 애도 물결

“명복을 빕니다” 순직 한 준위 조문 발길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후배 사병을 찾기 위해 수중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는 동료 군인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빈소를 찾은 고인의 동료 군인이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를 위로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한 준위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이다. 35년을 나라에 바쳤다”며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보내 유가족들에게 위로서한을 전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김형오 국회의장 등 정계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 총리는 “정말 온몸으로 애국정신을 발휘한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고인을 지키지 못해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비통해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군 장성들은 UDT 최고 베테랑으로 소말리아 바다까지 누비며 활약했던 한 준위의 죽음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빈소를 찾아 한 준위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한 뒤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고인의 아들인 한 중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힘내자”고 위로했다. 이상의 합참의장과 황의돈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조지프 필 주한미8군사령관 등도 빈소를 찾아 한 준위의 죽음을 기렸다.

한 준위의 장례식은 당초 해군작전사령부장(3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해군장(5일장)으로 격상돼 영결식은 3일 오전 9시 반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성남=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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