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한주호 준위 추모 “전역하면 모이기로 했는데” 유가족 하염없이 눈물 “후배-나라 위해 온몸 바쳐” 각계서 2100여명 조문 장례 ‘5일간 해군장’ 격상
“명복을 빕니다” 순직 한 준위 조문 발길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후배 사병을 찾기 위해 수중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는 동료 군인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빈소를 찾은 고인의 동료 군인이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를 위로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 가장 잃은 가족들 오열
다정다감한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부인 김말순 씨(56)와 역시 군인으로 육군 1사단 중위인 아들 상기 씨(25), 딸 슬기 씨(19·경산대 2학년)는 눈물을 훔쳐가며 빈소를 지켰다. 고인의 형 한창호 씨(55)는 “혹독한 수중파괴대(UDT) 근무를 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던 든든한 동생이었다”면서 울먹였다. “전역하고 나면 이제 형제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해보자고 그랬는데….” 주검이 돼 가족 곁으로 돌아온 고인은 진해에 벚꽃이 만발하면 형과 친척들이 있는 서울에 가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천안함 실종자 가족 7명이 빈소를 찾았다. 실종자 가족들과 한 준위의 유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터지는 울음에 말다운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맞잡은 손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했다. “살 사람이 갔어. 내 손자가 지금 실종자야.”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 씨가 한 준위의 아내 김 씨의 손을 붙잡고 흐느꼈다. “이건 아닙니다. 우리 금쪽같은 내 새끼 아버지인데….” 김 씨가 오열했다. “뭐라 말씀드리겠습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실종자 이창기 원사의 형인 이성기 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까운 분을 잃은 것 같아 유가족에게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고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군과 정계 인사들도 애도 물결
“명복을 빕니다” 순직 한 준위 조문 발길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후배 사병을 찾기 위해 수중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는 동료 군인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빈소를 찾은 고인의 동료 군인이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를 위로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정운찬 국무총리, 김형오 국회의장 등 정계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 총리는 “정말 온몸으로 애국정신을 발휘한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고인을 지키지 못해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비통해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 준위의 장례식은 당초 해군작전사령부장(3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해군장(5일장)으로 격상돼 영결식은 3일 오전 9시 반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성남=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