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 자택에 남은 체취1983년 신혼때 가구 그대로냉장고에 ‘GOLDSTAR’ 상표
31일 경남 진해시 자은동 덕산해군아파트 고 한주호 준위의 집 문은 하루 종일 굳게 닫혀 있었다. 아파트 주민 일부가 105동 한 준위의 아파트 베란다 창을 한동안 바라보며 묵념을 하곤 했다. 전날 밤까지 아파트를 지켰던 친척들은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앞집 주민 박영란 씨(46·여)는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온화하고 자상한 분으로 아파트 단지에 소문이 났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항상 먼저 가족 안부를 묻고 집과 부대밖에 모르는 분이셨다”고 말했다.
전날 밤 찾아간 한 준위의 79m²(약 24평) 아파트 내부는 검소함 그 자체였다. 1996년 입주한 아파트지만 벽지와 장판, 싱크대는 한 번도 바꾸지 않아 색이 누렇게 바래 있었다. 침대와 장롱, 식탁 등 손때 묻은 가구는 1983년 한 준위가 결혼했을 때 장만한 것들로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십수 년째 사용한 전자레인지에는 옛 삼성전자 로고가, 냉장고에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상표(GOLDSTAR)가 붙어있어 알뜰한 집안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앨범에서도 고인의 군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3권짜리 앨범 대부분은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교관, 해저 훈련, 부대 생활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부인과의 사진도 군인 가족 동반 모임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작은방 책상에는 딸을 위해 볼펜으로 ‘남들이 어디까지 했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마라. 신경 쓰지 말고 설렁설렁하는 것보다는 한 번을 봐도 꼼꼼하게 해라’라는 글을 남겼다.
동서 고정욱 씨(55)는 “고인은 봉급을 꼬박꼬박 저축과 아이들 교육비로 사용해 제주도 여행 한번 못 갔다”며 “친척들은 전역을 하면 부부가 손을 꼭 잡고 해외여행 가시기를 바랐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막내 동서 강동석 씨(50)는 “35년 군 생활 동안 형님 봉급만으로 생활하며 두 자녀 대학 공부를 시켰다”며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고 집안 대소사는 꼬박꼬박 챙기는 집안의 어른이었다”고 회상했다.
진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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