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호 하사 어머니의 사연집에서 갖고온 아들물건들품에 안고 “꼭 돌아올거야”
아들은 남자다웠다. “남자라면 해병대를 가야죠”라며 호탕하게 웃을 때마다 어머니는 걱정스럽게 타일렀다. “네 형이 육군에 가서 탈 없이 제대했으니까 너도 그러면 된다. 딴생각 하지 말아라.”
다행인지 아들은 해병대를 포기하고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다. 마산공고에 다닐 때부터 단짝친구였던 김성훈 씨(21)와 함께였다. 같이 해군에 가자고 권유했던 친구는 떨어졌고 아들만 붙었다. “곧 따라간다”던 친구는 한 기수 후배로 입대했다. 그게 두 친구의 운명을 갈랐다.
6주 후 기본군사교육을 마치고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배치 받은 아들은 빡빡한 훈련일정 때문에 늘 바빴다. 예정된 휴가도 못 나오거나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지난해 추석 전. 집에 오지 못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아들이 쓸 보디로션과 샴푸, 린스도 고이 싸서 함께 보냈다. 아들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엄마는 전화카드 하나를 때수건 속에 넣어두었다. 혹시 아들이 못 찾을까 봐 편지에 한 줄 덧붙였다.
‘아들아, 그동안 잘 있어용∼. 대호 전화카드는 때밀이 타월 속.’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아들은 매달 받는 월급을 꼬박꼬박 부모님 통장으로 보냈다.
“엄마, 이번 달은 월급이 좀 많이 들어갈 거예요. 엄마랑 아빠 모두 다 쓰세요.”
“와(왜)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달은 근무를 많이 했어요. 곱빼기로 했어요, 곱빼기.”
계속된 철야근무를 ‘곱빼기’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던 아들은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3월 20일 저녁. 그때 들었던 “월급은 엄마 아빠가 모두 쓰세요”란 말이 안 씨가 들었던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31일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말없이 앉아있던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품에 묻었다. 야윈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다 마침내 외마디 비명 같은 울음을 토했다.
“살려주세요! 내 아들 좀 살려주세요!”
아들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살아 돌아올 아들을 위해 경남 창원의 집에서 칫솔과 통장, 여권까지 아들이 쓰던 물건을 모두 챙겨온 어머니는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평택=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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