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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상훈]벤처기업인들과의 흐뭇한 수다

입력 | 2010-04-01 03:00:00


31일 오후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소셜게임당’에 가입하라는 내용인데 지난달 26일 참석했던 ‘소셜게임파티’ 참가자들이 만든 모임이었다. 소셜게임이란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게임이다. 2007년 단 여섯 명이 창업한 ‘징가’라는 회사가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각광받는 분야다.

소셜게임파티는 ‘한국의 징가’를 꿈꾸는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사다. 게임기획자 김윤상 씨가 2월 말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게임 만드는 분들 한번 모여봅시다”라고 얘기하자 자원봉사자들이 생겨났고 100명이 넘는 참석자가 참가 신청을 했다.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후원기업까지 나서자 한 달 만에 소규모 콘퍼런스로 발전했다.

이 행사에는 이미 창업을 한 사람들부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벤처기업인이 잔뜩 모여 있었다. 이들은 행사 이전만 해도 생면부지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 종사자라 모두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명함을 나누고 토론을 벌이더니 금세 친해져 후속 모임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지식을 나누는 데 누구보다 익숙했다. 많은 참가자가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분석한 성공한 기업의 특징을 놓고 토론했다. “성공의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라”는 따끔한 선배 벤처기업인의 충고도 있었다. 심지어 후원업체들까지 뭔가 내놓아야만 했다. 행사 장소를 빌려줬던 SK커뮤니케이션즈는 자신들의 인터넷사업 통계를 구체적으로 밝혀 참가자들이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고 행사 경품을 협찬한 일본식 돈가스전문점 ‘카츠로우’도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한 자신들의 창업 스토리를 발표했다.

경쟁자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하고 실패의 위험까지 지적해 주는 사업가들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은 참 독특했다. 최근 한국에서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있다. 또 한국 인터넷산업과 온라인게임산업이 구글이나 블리자드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습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이 두렵지 않을까. 기자 옆에 앉아 있던 한 참가자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왜 한국 사정만 얘기합니까. 요즘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선 창업 관련 투자가 한창이고 시장도 급속히 커졌습니다. 어차피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는데 우리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머쓱해졌다. 하지만 이런 머쓱함은 몇 번이라도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김상훈 산업부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