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십니까. 우리나라 사람 열명 중 아홉 명이 "행복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경제위기다, 취업난이다 해서 세상살이가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요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열명 중 일곱 명이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1980 년부터 5년마다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똑같은 설문으로 실시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입니다.
이번 조사는 특히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의식이 지난 20년 간 어떻게 달라졌는지 처음으로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행복하다"고 한 응답을 볼까요. 이건 주관적인 자기 심리를 말하는 것인데요.
1990 년엔 75.9%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일상생활의 질을 평가하는 "삶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20년 전에는 62.2%가 그렇다고 했지요.
그 사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고 이념대립도 극심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20년 전에 비해 훨씬 낙관적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습니다.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열명 중 아홉 명이 대답을 했습니다.
20년 전엔 열명 중 여덟 명이 그렇다고 했거든요.
그러나 '사회적 자산'이라고 하는 신뢰에 대해서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사람들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열명 중 일곱 명이나 "조심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0년 전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지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외치는 정당과 국회에 대한 불신이 70%가 넘습니다.
특히 '노동자를 위해 일한다'는 노조에 대한 신뢰는 20년 전에 비해 반 토막으로 줄어서 40%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람들의 위선이 이렇게 사회적 자산을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