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자는 며칠 전 집을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는데, 매수자가 없어서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거래가 실종된 마당에 여기저기서 버블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서 원래 집을 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도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자는 “집이 팔리지 않으니 계획대로 이사를 몇 개월째 못 가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요즘 부동산시장에는 침체의 그늘이 겹겹이 쌓여 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산가치가 오르지 않는 데다, 가격을 싸게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 또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장기 하락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집을 장만하지 못 하고, 전세금은 올라 주거비용만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들은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여기에만 목을 매는 것도 서민들에겐 기약이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소 중에는 지난 한두 달 안에 매매계약을 한 건도 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록 침체에서 벗어나기 쉽지는 않지만, 집값의 단기 폭락 같은 충격 가능성 또한 희박하기 때문에 경기가 자연스럽게 올라오기를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집값은 그야말로 폭락을 거듭했지만 한국만은 견고하게 버텼다. 특히 ‘버블 세븐’으로 불리는 핵심지역의 아파트 값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너무 이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되찾았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어떻게 보면 이 같은 빠른 회복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