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동물원 에버랜드 ‘초식 사파리’
지난달 31일 에버랜드에 ‘초식 사파리’가 개장함으로써 우리도 제5세대로 진입했다. 초식 사파리의 키워드는 ‘만남’. 제5세대 동물원의 핵심어이기도 하다. 보는 동물에서 만나는 동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지구환경은 파괴 일로였다. 그 끝에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동물은 이웃이었다. 동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그걸 깨닫자 동물과의 관계가 재정립됐다. 그래서 동물에게 눈높이를 맞추게 됐다. ‘만남’을 전제한 초식 사파리는 그렇게 태어났다.
초식 사파리는 초식동물로만 이뤄진 ‘만남의 동물원’이다. 이곳 주인을 살펴보자. 기린이 열한 마리, 얼룩말이 여덟 마리, 타조 다섯 마리, 낙타 세 마리, 그리고 코끼리가 두 마리다. 거구의 코끼리만 구덩이로 격리했을 뿐 나머지 동물은 모두 초식 사파리 울타리 안에서 한데 어울려 자유롭게 지낸다.
그렇다면 이 동물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질까. 아쉽지만 사파리 버스(40인승)에 탑승하는 일반투어로는 직접 대면이 불가능하다. 차창을 통해 가까이서 보기만 한다. 지프를 이용하는 유료 스페셜투어(6인승·15만 원)에 참가해야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백호와 곰,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어서다. 투어시간도 25분이나 된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기린과의 만남일 듯하다. 키가 2층 건물 옥상쯤(4.5m)인 기린과 얼굴을 마주하고 당근과 양배추를 먹일 수 있어서다. 그게 가능한 것은 초식 사파리에 설치한 높이 3.8m의 데크 덕분. 여기 오르면 깊은 구덩이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코끼리도 코앞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또 백호 사파리도 지척이어서 마치 백호 사파리 안에 들어선 듯한 느낌도 든다. 한여름 이곳에 서면 야외 풀의 코끼리로부터 물세례도 받게 된다.
○ 사파리 월드 정보
◇사파리 월드 투어
▽Q패스 시스템=탑승시간을 예약한 후 대기하지 않고 탑승하는 제도. 주말에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경우 이용한다.
▽스페셜투어=현장 예약도 받지만 운행횟수가 제한돼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도록 한다. 총 6명까지 가능. 15만 원.
▽사은행사=어린이 입장객에게 ‘사파리 어드벤처 체험 북’ 증정. 홈페이지에서 쿠폰 내려 받아 제출. 31일∼5월 10일 평일에만 매일 500권 증정.
◇에버랜드 리조트 ▽홈페이지=www.everland.com ▽종합안내 전화=031-320-5000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만나서 즐기는 열린 사파리로▼
1세대 이동식 볼거리
2세대 왕실의 전유물
3세대 학술용 관람실
4세대 대중 전시시설
중세 때 동물원은 이동식이었다. 지금의 서커스단을 상상하면 된다. 코끼리 기린 등은 보여주고 호랑이 사자 등 맹수는 싸움을 붙여 구경 값을 받았다. 이게 1세대 동물원이다. 그러다가 일정 장소에 동물을 모은 2세대가 나타난 것은 절대왕권의 군주가 등장한 18세기 후반. 그 동물을 먹이고 유지할 수 있는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는 왕뿐이어서인데 동물원은 태국왕의 하얀 코끼리처럼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을 영위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다. 당시는 동물원을 ‘미나제리’라고 불렀는데 루이 16세는 베르사유 궁에,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의 여름 별장인 쇤부른 궁에 두었다. 베르사유 것은 남아 있지 않지만 쇤부른 궁의 미나제리(1752년 개장)는 250여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현재 5세대 ‘빈 동물원’으로 건재하다.
학문(과학)과 교육의 장으로 조성된 3세대 동물원의 기원은 19세기 영국이다. 산업혁명을 태동시킨 영국답게 ‘동물정원(Zoological Gardens)’은 런던동물학회의 신사들이 1828년 런던에 조성했다. 이게 지금의 런던 동물원인데 ‘주(Zoo)’라는 영 단어 사용의 기원도 이때 여기서다. 이 동물원은 학술 목적으로만 이용되다가 19년 후(1847년) 공중에게 공개되면서 전시 개념의 4세대 동물원으로 진화했다. 1909년 창경궁에 들어선 동물원과 같은 개념이다.
‘철창우리 전시동물’로 개시된 4세대 동물원은 1931년에 이르러서는 자연서식 상태와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한 방목형 동물원(Open range zoo)으로 발전한다. 그 첫 문열이는 영국 베드퍼드셔의 윕스나드 공원이다. 역시 런던동물학회가 세웠는데 면적이 600에이커(2.4km²)로 이전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이후 동물원은 이런 추세를 따라 수백 에이커 규모로 대형화하고 1959년 미국에서 테마파크와 결합하면서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다.
그게 아프리카의 동물왕국을 테마로 한 동물테마파크 ‘부시 가든 탬파베이’다. 개장 7년 후 파크 내에 새로 조성한 이곳의 ‘세렝게티 초원’은 세계 최초로 동물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고안한 프리로밍 타입 동물원. 현재 65에이커의 땅에서 기린과 얼룩말, 가젤, 일런드, 임팔라, 타조 등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현재의 5세대 동물원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1997년 개장한 ‘에지 오브 아프리카(Edge of Africa)’인데 미어캣과 사자, 하이에나, 하마, 여우원숭이가 사는 지역을 사람이 걸어가며 볼 수 있도록 한 ‘워크스루’형으로 설계한 최초 시설이다.
이런 대규모 5세대형 동물원은 세계 곳곳에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샌디에이고 와일드 애니멀 파크,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시설 중 하나인 디즈니 애니멀 킹덤이 대표적이다. 샌디에이고에는 세그웨이(두 바퀴 자동차)와 카트로 둘러보는 사바나 사파리, 애니멀 킹덤에는 트럭과 모노레일로 둘러보는 100에이커 규모의 ‘킬리만자로 사파리’가 있다.
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의 타만 사파리(자바 섬 자카르타 근방)와 호주의 ‘주 빅토리아’(빅토리아 주 멜버른)가 5세대 동물원이다. 타만 사파리에서는 초식 사파리를 자기 차량으로 직접 운전하며 둘러본다. 주 빅토리아는 트럭에 올라 아프리카 사파리를 경험하는 ‘워리비 오픈레인지 주’로 이름난 곳. 일본 규슈의 자연동물공원도 자기 차로 아프리카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필리핀 팔라완 주의 칼라윗 섬에는 1975년 이 섬에 버려진 다수의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새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토종동물과 더불어 섬 전체에 서식하는 ‘칼라윗 섬 와일드 생추어리’가 있다.
○ 세계 동물원 정보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위치=캘리포니아 주 △홈피=www.sandiegozoo.org ▽부시 가든 탬파베이 △위치=플로리다 주 △홈피=www.buschgardens.com ▽디즈니 애니멀 킹덤 △위치=플로리다 주 올랜도 △홈피=www.disneyworld.com ◇유럽 ▽런던 동물원 △위치=영국 런던 △홈피=www.zsl.org ▽빈 동물원 △위치=오스트리아 빈 △홈피=www.zoovienna.at ◇아시아 ▽주 빅토리아 △위치=빅토리아 주 멜버른 △홈피=www.zoo.org.au ▽타만 사파리 △위치=인도네시아 자바 섬 자카르타 부근 △홈피=www.tamansafari.com ▽규슈 자연동물공원 △위치=일본 오이타 현 △홈피=www.africansafari.co.jp ▽칼라윗 와일드 생추어리 △위치=필리핀 팔라완 주 △홈피=www.calauitisland.com
플로리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