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비 은행권서 年 12억 유로 적립하기로
독일이 금융위기 재발에 대비해 은행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은행세’ 도입 방침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프랑스, 영국도 은행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으로 은행세 부과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각의에서 은행들로부터 은행세를 징수해 연간 10억∼12억 유로를 적립한다는 계획을 승인하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관련 규정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례적으로 독일 각의에 배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은행세 도입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독일의 은행세 방안이 구조적 위험을 어떻게 줄일지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을 받는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금융회사 파산 시 쓸 수 있는 5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비용을 계산해 금융회사들에 부담시키자는 생각인 데 반해 의회는 미리 기금을 조성해 위기가 발생하면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은행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여당인 노동당과 야당인 보수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5월 초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보수당은 미국식의 은행세를 당장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앨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보낸 서한을 통해 “G20이 세계적 차원의 은행세 도입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스웨덴은 독일처럼 금융위기 시 동원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했다가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이 기금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단 자체적으로 은행세를 도입하는 방안에는 소극적이지만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세를 도입하거나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에 대한 국제공조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세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회의에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럽 언론들은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세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은행세 ::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거둬들이는 돈을 말한다. 도입 방식에 따라 세금이 될 수도 있고 부담금 성격의 준조세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