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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값 급등… ‘아이언플레이션’ 오나

입력 | 2010-04-02 03:00:00

수입가격 90% 올라




철광석과 유연탄 등 철강 원료 값이 급등하면서 산업계에 ‘철강발(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재는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철강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는 철강 가격 인상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3대 메이저 철광석 생산업체 중 한 곳인 브라질 발레사(社)와 올해 수입 가격 협상에서 2분기(4∼6월) 도입 가격을 지난해보다 90% 가까이 오른 t당 100∼105달러로 잠정 체결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던 2008년도 도입 가격보다도 비싼 것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포스코와 발레는 4월부터 들어오는 철광석에 일단 이 가격을 적용하고 최종 수입 가격을 합의하면 정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발레 측은 이번 협상에서 지금까지 연간 단위로 정하던 철광석 도입 가격을 3개월 단위로 정하자고 요구했다. 신일본제철 등 일본 철강회사들은 이미 발레 등 메이저 원료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광석 도입 가격을 3개월마다 정하기로 한 상태다.

이승우 지식경제부 철강화학과장은 “1년 단위로 가격을 정해 들여오던 것을 3개월 단위로 바꾸게 되면 그만큼 철강 제품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며 “고로(高爐) 회사들도 장기적인 수급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생산의 주원료 중 하나인 유연탄 가격도 크게 올랐다. 포스코는 최근 주요 공급사들과 유연탄의 일종인 강점탄 가격을 지난해보다 55%가량 오른 t당 200달러에 들여오기로 합의했고, 가격도 1년에서 3개월 단위로 협상하기로 했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스크랩(고철) 가격도 지난해보다 약 46% 올랐다.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등 스크랩을 사용하는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잇달아 철근과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관련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경제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에 철광석업체들은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폐업 생산감축 등을 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는 것. ‘블랙홀’처럼 중국과 인도가 철강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의 시선은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의 기준을 정하는 포스코가 언제, 얼마나 제품 가격을 올릴지에 쏠려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난해 인하했던 가격을 회복시키는 차원에서라도 30% 정도 값을 올릴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정업 대신증권 철강담당 애널리스트는 “인건비 등 다른 조건이 그대로 간다 해도 철광석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감당하려면 포스코가 열연제품 기준으로 19%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도입 가격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바로 올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철강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경우 1차적으로 가장 타격을 볼 업종은 조선업이라는 관측이 많다. 원가 구조에서 후판(선박용으로 많이 쓰이는 판재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로 높은 데다 최근 조선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