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은 강하다, 그리고 영리하고 아름답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데에는 여성 스포츠인의 활약이 컸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은 누구일까. 답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역도 최 중량급에서 우승한 장미란. 아름다운 플레이로 현재 세계 스포츠계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선수는? '김연아'.
한국여성스포츠회 8번 째 수장을 맡고 있는 정현숙(58) 회장.
정 회장은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을 보면 인내와 지구력이 뛰어나 힘든 훈련도 잘 참고 이겨내며 어지간해서는 포기를 모른다. 여기에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의 열성이 대단해 세계무대에서 빛을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나가면 우리처럼 여성 스포츠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한국 여성이 '센'게 분명한 것 같다"며 웃는다.
정 회장은 1973년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이에리사(현 용인대 교수)와 짝을 이뤄 여자단체전 우승을 일궈낸 탁구 스타플레이어 출신. 은퇴한 뒤 스포츠 인으로서 1호 방송인이 돼 리포터, MC 등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단양군청 탁구팀 총감독이자, 대한체육회와 대한탁구협회 이사 등 지도자와 행정가로 활약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요즘 여자선수들도 우리처럼 '강한 DNA'를 보유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그러나 프로 화 된 몇몇 종목의 선수들은 돈 때문인지 부상을 당할까 몸을 사리고 국가대표에 대한 긍지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981년 설립된 한국여성스포츠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임. 선수 시절 태극 마크를 달고 국위 선양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보답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보급, 지도하고 후배 선수들의 진학과 은퇴 후의 진로를 돕는 일을 한다.
현재는 각 종목 엘리트 선수 출신을 포함해 생활 체육인까지 총망라해 3300여 명의 임원 및 정회원과 준회원이 있다.
정 회장은 "중국 일본과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배구 등 4개 종목에서 매년 어머니교류대회를 열고 있고 국내에서는 전국여성체육대회, 각 종목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세미나 개최와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여성 스포츠인을 선정하는 윤곡여성체육대상식과 여성체육인의 밤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운영 자금은 모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등에서 스폰서 기업을 구해 행사 규모나 내용을 좀 더 향상시키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체육 관계자들과 협의해 꿈나무들에 대한 장학사업도 펼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재 대한체육회 이사진 20명 중 여성 이사는 저와 권윤방 대한댄스스포츠연맹 회장 단 두 명 뿐인데 여성 이사가 이렇게 적은 이유는 산하 각 종목 단체에서 이사 등 임원으로 활동하는 여성 스포츠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일단 대한체육회에 가맹된 57개 종목의 각 분야에서 여성 스포츠인이 행정가로서 활동 폭을 넓혀 임원에 오르는 게 우선이고 이를 위해 각 지방 체육 단체에서 여성 스포츠인이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성스포츠회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지도가가 별로 없는 것과 관련해 그는 "양궁과 탁구 등 일부 종목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단체 프로 종목에서는 여성 지도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로 각 구단 관계자에게 이런 마인드를 바꾸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G세대가 등장한 요즘에는 예전처럼 밀어붙이기 식 지도 방법 보다는 여성 지도자의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지도가 더 효과적일 수가 있다"며 "특히 초중고 운동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피해를 없애려면 여성 지도자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여성 스포츠인들은 은퇴 후에도 선수 때보다 더 활기찬 삶을 산다. 건강한데다 적극적인 성격이라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회장은 "훌륭한 여성 스포츠인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가정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여성스포츠회의 역량을 더욱 집중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