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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賞과 罰

입력 | 2010-04-02 20:00:00


과거의 학교 교육은 ‘벌(罰)주기’ 위주였다. 지각해도 벌, 손을 깨끗이 씻지 않아도 벌, 환경 미화를 잘못해도 벌, 수업시간에 졸아도 벌, 모든 게 벌이었다. 좋은 행동에 대한 보상보다는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을 교육과 집단 통솔의 준거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賞)주기가 대세다. 벌주기보다 효과가 좋다는 믿음에서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랜드 교수팀의 실험도 이를 입증한다. 한 팀은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벌주기 위주로, 다른 팀은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상주기 위주로 실험한 결과 후자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기업가 출신인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은 상주기를 시정(市政)에 접목시켰다. 가령 직장에 잘 다니면 150달러, 학교 출석을 잘하면 25∼50달러를 주는 식으로 빈민층 시민의 ‘좋은 행동’에 금전적 보상을 해줌으로써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했다. 지난 2년간 2400여 빈곤층 가구에 1400만 달러가 지급됐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생활수준이 나아진 가구는 16%에 불과했다. 원래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은 돈을 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이 계획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직전에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는 달랐다.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죄를 묻는 ‘무관용’을 시정 원칙으로 삼았다. 차 유리 파손, 낙서,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까지도 샅샅이 단속하고 엄하게 처벌했다. 효과가 커서 살인 등 강력 범죄가 50%가량 줄었다. 벌주기가 ‘범죄의 도시’ 뉴욕을 변화시킨 것이다.

▷중국의 고서 ‘한비자(韓非子)’ 간겁시신편(姦劫弑臣篇)에는 ‘상을 받아 이익을 얻는 길과 벌을 받아 해를 입는 길을 천하에 널리 알리는 것이 현명한 군자가 할 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상주기와 벌주기 모두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장자(莊子)’ 재유편(在宥篇)에는 ‘큰 천하로도 상을 주고 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대목이 있다. 아무리 상을 주고 벌을 주더라도 사람이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는 참 어렵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