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아들 상속 → 손자 증여’가 세부담 가장 적어손자에게 바로 유증할 경우 상속공제 못받고 세율 30% 할증… 일괄공제 받더라도 세금 더 내야
박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박 씨가 어머니로부터 미리 증여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증여세로 7560만 원이나 내야 해 부담스럽다. 어머니는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금 미리 주택을 양도한 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 박 씨가 현금으로 가져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양도대금을 미리 박 씨가 가져다 쓴다면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현금을 어머니 통장에 두었다가 돌아가신 이후 인출해서 사용한다면 이는 상속에 해당되고 상속의 경우 최소한 5억 원까지 일괄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박 씨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는 있다. 어머니 사후에 통장에서 자금을 인출하려면 상속인들의 협의분할계약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한 후 인감증명서 등을 받아서 가지고 가야 하는데 박 씨는 형제들에게 협조를 구하기가 영 마뜩잖다.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집은 현재 5억 원인데 앞으로 재개발 호재가 있어 더 많이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팔기도 좀 아깝다. 집을 팔지 않고 박 씨가 그대로 상속을 받아도 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주택도 많아 차라리 결혼을 앞둔 박 씨의 아들에게 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박 씨의 계획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손자가 할머니로부터 유언을 통한 상속, 즉 유증을 받을 경우 일괄공제(5억 원)를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상속공제 한도에 걸린다는 것이다. 유증의 경우 상속공제금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유증한 재산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 박 씨 손자가 할머니로부터 유증을 받을 경우 상속세 과세가액(약 5억 원)에서 유증한 재산가액(5억 원)을 차감한 금액(0원)을 한도로 하기 때문에 결국 상속공제를 한 푼도 받을 수가 없다. 더구나 박 씨의 아들이 유증을 받으면 세대를 생략한 것에 해당돼 기본 상속세율에 30%가 할증된다. 결국 박 씨의 아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1억530만 원으로 박 씨가 상속을 받아 아들에게 증여하는 경우(7560만 원)보다 훨씬 세 부담이 커진다.
최근 박 씨처럼 손자에게 증여 또는 유증을 통해 세부담을 줄이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은 1.3배의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절세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활용해야 한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장(세무사)
정리=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