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귤이야기/피에르 라즐로 지음·남기원 옮김/320쪽·1만5000원·시공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시장에 진열돼 있는 오렌지. 이 지역의 오렌지는 ‘오렌지색’이 아니라 초록빛이 돈다. 사진 제공 시공사
화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책 서문에서 송나라 문인 한언직(韓彦直)에게 편지를 띄운다. 한언직은 당시 중국에서 갓 시작됐던 감귤 재배에 관한 전문지식을 담은 책 ‘귤보(橘譜)’를 지은 인물이다. 편지는 이어진다. “감귤의 서진(西進)은 유럽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던, 이 서쪽으로의 이동을 저는 역사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감귤류는 오렌지는 물론이고 탠저린, 만다린, 클레먼타인, 그레이프프루트 등을 모두 포함한다. 감귤류가 처음 유럽으로 들어온 것은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때다. 당시 페르시아에서 재배되고 있던 것을 들여온 것. 지금도 인도 북부에서는 시트론 나무가 야생에서 자란다. 감귤류의 기원은 동양이라는 뜻이다.
감귤류는 미국과 브라질에서 재배되면서 비로소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와 마이애미는 기후, 토질, 지형에서 오렌지 재배의 최적지였다. 풍요롭고 달콤한 오렌지의 이미지는 이 지역을 새로운 정착지이자 관광지로 홍보하는 데 활용됐다. 당시 건설된 대륙횡단철도와 골드러시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잘 자라는 ‘네이블오렌지’를 미국 전역으로 퍼뜨렸다. 특히 ‘오렌지를 마셔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등장한 오렌지주스는 건강에 좋다는 인식과 함께 전 세계로 퍼졌다.
책은 감귤류의 역사와 전파 과정은 물론이고 감귤류의 화학적 성분, 감귤류를 재료로 사용하는 각종 요리법, 언어 속에 나타나는 감귤류의 상징적 의미, 그림 속에 나타난 감귤류의 이미지까지 담고 있다. 신성한 과일에서 세계인의 아침식탁에 오르기까지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감귤류를 다루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