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 신선준 중사 아버지2함대 식당에 아침상 차려“8년간 한번도 못 챙겨줬는데”… 빈자리 식판 바라보며 눈물
지난달 31일 열렸던 실종자 가족 대표 기자회견장에서 신선준 중사의 아버지 신국현 씨가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25년 전 아내를 잃은 뒤부터 아들 생일상을 차리는 일은 늘 아버지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버지는 ‘주인 없는 식판’을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2일 아침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식당에서는 특별한 생일상이 차려졌다. 지난달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신선준 중사(29)의 아버지 신국현 씨(59)가 이날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아들의 생일상을 손수 차려준 것이다.
2일 생일을 맞은 신선준 중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는 기원의 글이 줄을 이었다. 신선준 중사 미니홈피 화면 캡처
“생일날 그 차가운 바닷속에 있을 생각을 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져요. 마지막으로 전화라도 한 번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이날 신 중사의 생일을 축하했다. 오후 4시에는 신 중사의 고모와 고모부가 빨간색 상자에 담긴 생크림 케이크를 들고 아버지 신 씨가 있는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찾아왔다. 가족들은 케이크에 통닭 한 마리, 그리고 소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신 중사의 생일상을 차렸다.
멀리 울산 집에서는 누나 신영선 씨가 미역국과 생일 케이크를 아침 밥상에 올렸다. 이날은 신 중사의 생일이자 누나의 출산예정일이었다. 이날 출산하지 않은 누나는 울면서 동생의 생일을 맞았다.
“선준아. 생일 축하해…. 다들 니가 돌아오길 기도하는데…. 도대체 넌 어디 있는 거야? 오늘은 돌아올 거지? 누나 점점 더 힘들어. 갈 수도 없구…. 이제 그만 돌아와….”
바닷속에서 맞은 신 중사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가족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축하했다. 이들은 재개된 수색 작업에 희망을 걸고 하루라도 빨리 신 중사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주인 없는 신 중사의 인터넷 미니홈피에는 622명의 사람이 찾아와 축하했다.
평택=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문규석 중사도 상사 승진 ▼
해군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실종자인 김태석 중사(38)에 이어 문규석 중사(36)도 예정대로 상사로 승진시켰다고 2일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