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내용을 보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고지(告知) 거부’ 고위공직자의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재산공개 대상자 2319명 가운데 811명(34.9%)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32%)보다 2.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행정부의 경우 고지 거부율은 지난 3년간 매년 증가해 올해 34.2%에 이른다.
공직자윤리법은 직계 존비속 가운데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공직자윤리위의 허가를 받아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고지거부제를 두고 있다. 공직자의 가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다면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끈끈한 혈연관계로 이어지는 우리의 가족문화에서 직계 존비속의 고지거부제는 공직자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
고지거부 허가기준도 2인 가족 기준으로 월소득 125만 원 이상, 4인 가족 기준 198만 원 이상이어서 직계가족의 소득이 있는 경우 대부분 고지거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도 중앙행정기관별 고지거부 비율은 방송통신위원회 66%, 감사원 54%, 대검찰청 51%, 대통령실 44%였다.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이 대체로 평균보다 높았다.
신고된 재산(변동) 내용에 대한 검증을 더욱 실효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1782명의 재산 공개자를 대상으로 심사해 171건의 보완명령을 내렸을 뿐 단 한 건의 징계의결 요청도 없었다. 공개 후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하는 심사일정도 너무 빡빡하다. 아예 등록단계에서부터 누락시키는 재산까지 적발할 수 있도록 공직자 재산은폐 신고 포상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도입된 공직자 재산등록제는 공직을 이용한 치부를 줄이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그동안의 운용 경험을 토대로 허점을 보완해 제도의 취지가 손상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