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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산공개 告知거부 왜 이리 늘어나나

입력 | 2010-04-03 03:00:00


어제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내용을 보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고지(告知) 거부’ 고위공직자의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재산공개 대상자 2319명 가운데 811명(34.9%)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32%)보다 2.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행정부의 경우 고지 거부율은 지난 3년간 매년 증가해 올해 34.2%에 이른다.

공직자윤리법은 직계 존비속 가운데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공직자윤리위의 허가를 받아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고지거부제를 두고 있다. 공직자의 가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다면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끈끈한 혈연관계로 이어지는 우리의 가족문화에서 직계 존비속의 고지거부제는 공직자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

고지거부 허가기준도 2인 가족 기준으로 월소득 125만 원 이상, 4인 가족 기준 198만 원 이상이어서 직계가족의 소득이 있는 경우 대부분 고지거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도 중앙행정기관별 고지거부 비율은 방송통신위원회 66%, 감사원 54%, 대검찰청 51%, 대통령실 44%였다.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이 대체로 평균보다 높았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도 자체가 사유재산과 사생활 침해 같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실효성 있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 고지거부제가 공직자의 성실한 재산신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의 경우 부모 자녀의 재산을 모두 공개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신고된 재산(변동) 내용에 대한 검증을 더욱 실효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1782명의 재산 공개자를 대상으로 심사해 171건의 보완명령을 내렸을 뿐 단 한 건의 징계의결 요청도 없었다. 공개 후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하는 심사일정도 너무 빡빡하다. 아예 등록단계에서부터 누락시키는 재산까지 적발할 수 있도록 공직자 재산은폐 신고 포상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도입된 공직자 재산등록제는 공직을 이용한 치부를 줄이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그동안의 운용 경험을 토대로 허점을 보완해 제도의 취지가 손상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