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쏘나타 K-리그 2010 FC 서울와 수원 삼성의 경기. 경기장 전경.
역시 라이벌전은 라이벌전이었다.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K리그 최대 하이라이트 서울과 수원의 빅뱅이 열린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오전 일찍부터 양 팀 서포터스가 모여 카드섹션을 준비했다. 본부석 왼편 N석에 운집한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타도 수원’이란 붉은색 글귀를 만들었고, 반대편 스탠드에 자리한 수원의 원정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수원 천하’를 제작해 한쪽을 푸른 물결로 뒤덮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총 관중은 4만8558명. K리그 단일경기 역대 최다 관중 2위다. 최다 기록은 2007년 4월 8일 같은 장소에서 나온 5만5397명이었다.
조중연 회장과 김진국 전무이사를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100여 명도 어려움을 맞은 K리그를 돕고자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본부석 맞은편에서 일반 팬들과 함께 열기를 맛봤다.
킥오프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양 팀 직원들은 물론, 서포터스와 축구인들까지 시선을 전날(3일) 있은 맨유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빅뱅부터 두고 있었다.
서울 측은 “우리 연고지(서울)와 맨체스터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이고, 친선 경기를 통해 맨유와 2차례 만난 기억이 있는 만큼 ‘푸른 색’ 팀(첼시)을 꺾어 복수를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관계자들은 “모기업(삼성)을 공식 후원사로 두고 있고, 유니폼 색도 같은 첼시가 적지에서 맨유를 꺾었으니 느낌이 좋다”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 탓일까. 정작 그라운드에서는 전반 초반까지 다소 지루한 흐름이 계속돼 혹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말이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도 이는 기우였다. ‘서울’과 ‘수원’을 외치는 서포터스의 뜨거운 열기 속에 무려 4골이나 터졌고, 모처럼 K리그의 재미를 흠뻑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 빙가다 감독과 수원 차범근 감독도 “승패를 떠나 수많은 팬들이 찾은 게 모두에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