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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재상’ 콜 전총리 “독일인 속좁다” 일침

입력 | 2010-04-05 03:00:00

“統獨후 숱한 기회 날리고 불만만 표출”




“오랫동안 내 속을 썩게 만들었던 몸속의 쓸개도 문제였지만 독일 국민들이 (불신에 휩싸여) 통일된 국가에서 숱한 기회를 놓치는 걸 보는 게 더 괴롭습니다.”

독일의 통일 재상이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사진)가 3일 일간지 빌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인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3일 80세 생일을 맞았다. 2년 전 자택 계단에서 넘어진 후 뇌중풍(뇌졸중)으로 안면 일부가 마비된 그는 올 1월 쓸개 이식수술을 받았다.

콜 전 총리는 “독일인들은 뛰어난 재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입증해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탄식만 늘어놓고 속 좁게 행동한 탓에 길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며 “통일된 독일에서는 국민들이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982년부터 16년 동안 총리로 재임한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1990년 독일 통일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통일 후 독일 국민 중 상당수는 통일에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한 연구소가 독일인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명 중 1명꼴로 “베를린 장벽이 다시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통일 이후를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옛 동독인들은 열악한 경제상황에, 옛 서독인들은 자신들의 부(富)가 동독으로 빠져나가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콜 전 총리의 통독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그는 “나는 당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g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