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폭탄발언선거감시권한 반환 요구
카르자이 대통령은 3일 대통령궁에서 아프간 의회 의원 60여 명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이 아프간 내정을 간섭하고 있으며 간섭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탈레반의 반군활동 성격이 합법적인 저항운동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은 3일 면담에 참석한 의원 5명의 말을 번갈아 인용하면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선거감시권한을 유엔으로부터 되찾으려는 노력을 의회가 지지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탈레반과 손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에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려는 서방국가 관리들에게 의원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앞서 1일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으며 아프간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선거부정 책임을 서방국가에 돌렸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은 즉각 “진짜 문제가 있는 언급”(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터무니없다”(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등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WSJ는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3일 의원들 앞에서 행한 대미 비판은 2일 통화에서 ‘미국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전한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재발한 것이라며 “이미 ‘상처가 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