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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동하는 진보 대법관’ 은퇴 시사

입력 | 2010-04-05 03:00:00

35년간 재임 최고참 스티븐스… 후임 인선 관심




35년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을 지낸 최고령 대법관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90·사진)이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전했다. 은퇴가 이루어지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 인선을 위해 두 번째로 대법관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이제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I do have to fish or cut bait). 내 마음의 평화를 도모하고 (후임 인선)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빈자리(후임)를 임명하려면 대통령과 상원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온건한 보수주의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동성애와 낙태 권리를 지지하며 진보적 가치를 실천하는 ‘행동하는 법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은퇴해도 연방대법원에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최초의 라틴계 여성 대법관이 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후보를 지명한 것처럼 이번에도 진보적인 판사를 지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티븐스 대법관의 은퇴에 따른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명실상부한 연방대법원의 ‘큰어른’이었으며 그런 상징적인 지위가 연방대법원의 판결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은퇴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 전쟁 세대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던 마지막 대법관이 연방대법원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는 7명의 대통령과 3명의 대법원장을 경험한 대법관이다.

스티븐스 대법관의 은퇴는 지난해 10월 연방대법원의 새 회기 시작 때부터 사실상 예견됐다. 대법관들은 통상 회기 시작에 앞서 자신을 보좌할 재판연구관을 4명 고용하는데 스티븐스 대법관은 1명만 고용해 더는 업무를 수행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