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대학원생-교수 24명 올 첫 ‘필드트립’ 행사 참가시프트-전자정부-교통정책 등 수업들으며 현장 견학市 공무원 강의… 학생들 “미국에도 유용한 정책 많아”
코넬대 등 미국 대학원에서 서울시 행정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현장학습을 위해 서울시를 찾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서울시 주택 정책을 책임지는 김윤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이달 1일 오후 사무실 대신 서울시립대로 발길을 옮겼다. ‘House to own→House to live(사기 위한 집→살기 위한 집).’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영어로 적은 강의 내용이 빼곡했다. “한국에선 아파트가 가장 인기 있는 주거 유형이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라는 제도가 존재하고요. 서울시가 새로 짓는 아파트들에 시프트를 제공하게 된 배경입니다.” 금발머리 백인 여학생부터 흑인 남학생까지 강의실을 가득 채운 외국인 학생들은 동시통역기를 낀 채 공책에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서울시로 행정 견학을 온 미국 대학원 학생 및 교수들이었다.
○ “서울 행정 배우러 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서울 시정에 관심이 있는 코넬대 등 미국 7개 행정대학원 교수 14명을 서울로 초청해 서울시 정책을 소개하고 현장을 견학시켰다. 이렇게 투자한 결과 미국으로 돌아간 교수들은 올해 상반기 ‘서울시정 사례연구’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현재 코넬대를 비롯해 조지아대와 텍사스대 등 9개 학교에서 서울 행정에 대한 정규 과목을 운영 중이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미국 현지에서 서울 시정에 관한 토론과 수업을 진행한 뒤 자비를 들여 1주일간 ‘서울필드트립’(현장 학습)에 참여해 학점을 받는다. 이날 김 과장의 수업을 들은 외국인 24명은 올해 첫 서울필드트립 참가자다.
○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 교수님’
6일 동안 이어지는 서울필드트립의 가장 큰 특징은 시 공무원들이 강사로 나선다는 점. 황치영 복지정책과장과 김태희 창의담당관, 마국준 도로교통시설담당관, 이병한 예산담당관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강단에 섰다. 학생들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들을 만나 그동안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쏟아냈다. 수업 시간의 절반 이상을 질의응답 시간으로 썼을 정도다. 1일 수업이 끝난 뒤 김 과장에게도 1시간 가까이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재개발 예정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제공되나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신혼부부들은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네요. 젊은 부부들을 위한 정책이 따로 있나요.” 김 과장과 이날 수업에 함께 참여한 진미윤 주택도시연구원 소속 연구원, 송석휘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원주민은 공시지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를 위한 주거대책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저조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혼부부를 위한 시프트 제공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답했다. 메러디스 뉴먼 플로리다국제대 교수(미국행정학회장)는 “이미 몇 달 동안 서울 행정에 대한 세미나를 여러 차례 진행해 학생들이 정보가 많은 상태”라며 “책과 자료를 통해서만 배운 서울 행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학습 열기가 더 뜨거워진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2차 필드트립 참가자들이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