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제에만 갇혀있을 수 없다”기호학파 성리학 재조명 활기
2003년 10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에서 백제 고분군을 발굴하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당시 이곳에서는 한성백제시대 공주지역 유력자의 무덤임을 입증하는 금동관과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사진 제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충남이라고 하면 백제를 떠올리지만 우리 지역에는 다른 역사문화 유산도 많습니다. 홍성, 서산 등을 중심으로 한 내포(內浦)지역의 역사와 논산을 중심으로 한 기호유학의 전통은 충남 정체성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2일 오후 충남 공주시 금흥동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이훈 연구실장은 충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충남의 문화적 콘텐츠가 고대 역사인 백제에만 갇혀 있는 것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설립된 것은 2004년. 충남의 문화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 설립된 연구원에는 현재 연구원 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역사문화연구원의 업무는 크게 백제충청학 연구, 문화재 발굴 복원, 충남역사박물관 운영이다.
유관순-윤봉길-한용운 등 배출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도 계획
2007년 1월 향토문화전자대전의 자료 수집을 위해 충남 논산시 광석면 노강서원을 답사하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이곳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국보 84호 서산 마애삼존불, 예산 수덕사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불교가 유입되고 번성했던 지역임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 중국에 머물던 서양의 천주교 선교사들은 이 지역을 통해 밀입국했다.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 1898년 세워진 당진 합덕성당, 보령의 갈매못 순교지 등이 그 흔적들이다.
홍제연 백제충청학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공주, 논산 지역의 양반 귀족들과 달리 서민들이 주류를 이루며 지금도 외부문물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는 돈암서원(논산), 성곡서원(금산), 충현서원(공주) 등이 기호학파의 유적들이 남아있지만 경북북부 지역에 비해 유물과 자료,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윤증의 후손들로부터 윤증의 초상(보물 1495호) 등 관련 유물 9000여 점을 기증받는 등 유물 기증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훈 실장은 “안동을 축으로 한 경북북부 유교문화권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체성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지역의 유교문화도 그에 못지않은 전통을 갖고 있다”고 강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지역의 독립운동사도 연구할 계획이다. 충남지역은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유관순(천안), 윤봉길(예산), 김좌진(홍성), 한용운(홍성) 등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홍제연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 연구는 중앙의 연구기관들이 맡아왔다”며 “지역의 미시사 연구가 독립 운동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