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다리면서 압록강을 따라 하류를 오르내리며 압록강 가운데 있는 일부 북한 땅이 ‘경제적으로 곧 중국에 흡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은 압록강을 따라 서해와 만나는 둥강(東港)까지 ‘단둥 신도시’ ‘중조경제합작구’ ‘장비제조공업구’ ‘둥강 항구 공업원구’ 등의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 ‘중조경제합작구’로 설정한 곳은 지금은 북한 땅인 황금평 지역. 압록강 흐름으로만 보면 중국 쪽에 붙어 있는 땅이다. 중국은 50년 장기 임대 등의 방식으로 이곳을 단둥 신도시와 통합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명나라 원정의 말머리를 돌려 회군한 곳으로 알려진 위화도도 북한 땅이지만 중국에 장기 임대해줘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위화도는 단둥 철교에 인접한 압록강 상류에 있다.
실제로 올해 10월 착공하는 ‘제2압록강대교’가 놓일 중국 쪽 예정지에는 단둥 신도시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합의한 것이다. 단둥 신도시에는 싱가포르나 홍콩 마카오 자본이 진출해 고층 아파트도 올라가고 있다. 시 청사 건물은 이미 외부 콘크리트 구조물이 완공됐다. 다리로 이어질 단둥 신도시에는 왕복 8차로 도로도 닦여 있었다. 다리만 완공되면 건너 용천이나 신의주와 금방 닿는다.
단둥에는 신의주와 평안북도 등에서 건너온 조선족 동포 1만5500명가량이 살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동포들이 중국에 있는 가난한 친척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 건너로 넘겨다 본 현재 신의주는 밤이면 불빛 하나 없는 암흑이다.
기자가 “이번에 김 위원장이 오면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의 발전 지역을 둘러보려고 할지 모른다”고 하자 단둥의 한 교포는 이렇게 말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걸 압록강을 건너봐야 아나. 더구나 새벽에 몰래 기차 타고 다닐 필요가 뭐 있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단둥에 높은 빌딩과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강 건너로 보기만 해도 알 것을 말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