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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연차 씨, 거리 활보할 정도면 병보석 취소해야

입력 | 2010-04-05 03:00:00


정관계 로비 혐의로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병보석을 허가 받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병원 밖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척추 디스크 때문에 앉아 있기 힘들고 디스크 수술을 하려면 먼저 지병인 협심증을 치료해야 한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삼성서울병원을 주거지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1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보석은 취소하지 않아 그는 5개월째 교도소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정월대보름이었던 2월 28일 자택이 있는 경남 김해시 장유면 신안마을의 주민과 어울려 쥐불놀이를 한 뒤 마을발전기금 100만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가 서울과 부산의 호텔에서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다.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해 보석이 허가된 피의자는 병원에서 병을 치료받는 데 전념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구나 박 씨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공직자들의 부패 사건에 관련된 장본인으로 자중하고 근신해야 마땅하다.

법원이 실형선고를 내린 피고인을 구속하지 않은 것은 병 치료를 하라는 뜻이므로 박 씨의 병실 밖 활동은 병보석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병보석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감 기간인데도 신병을 구실로 교도소 밖에서 사실상 자유롭게 생활하는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만 교도소에 갇혀 지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 씨의 신병 관리 책임은 현재 재판이 계류돼 있는 대법원 재판부에 있다. 검사도 그가 병보석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보석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담당 재판부는 박 씨가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입원한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건강 상태가 계속 치료를 요하는 정도인지를 따져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