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어뢰 공격 가능성 언급이나 북한 잠수함의 기동 확인, 지진파의 강도로 볼 때 북의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더해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어떤 것도 예단(豫斷)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김 장관도 북 공격설에 대해 “아직은 연관성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의 개입이 확실한데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그 가능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친북좌파 세력에서는 군과 보수세력이 억지로 북을 개입시키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단계에서는 양쪽 관점이 모두 성급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한 만큼 어설프게 예단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 정확한 조사는 어차피 침몰 함정을 인양하고 파편이나 부유물들을 수거해 분석한 뒤에나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신중한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군과 청와대의 견해에는 약간의 시각차가 있다. 군은 처음부터 외부 원인을 거론한 반면에 청와대 측은 북의 개입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국운 융성의 기틀을 다지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때에 북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자칫 국가전략이 뒤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우리의 세계적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G20 정상회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 그에 따른 희생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지닌 정부답게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고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진실에 입각해 당당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고 세계 중심국가의 자격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