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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 53회 국수전…인내의 열매

입력 | 2010-04-05 03:00:00

○ 이창호 9단 ● 주형욱 5단
준결승 2국 5보(73∼92) 덤 6집 반 각 3시간




좌변 백이 편안하게 밖으로 탈출하자 좌변 흑이 약해졌다. 좌변 백을 아직 공격할 여지는 있지만 계속 강공책을 펼치다간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주형욱 5단은 후방부터 다진다. 흑 73부터 81까지 좌변과 우상 흑을 튼튼히 연결한다. 미래를 기약하며 현재를 참는다. ‘인내’는 승부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조급한 승부사는 제풀에 지쳐 넘어지기 쉽다. 흑 83으로 백에 대한 공격을 엿본다. 상대의 의중을 눈치 챈 이 9단은 백 84로 중앙으로 한 칸 뛴다. 평소처럼 참고도 백 3으로 벌리면 흑 4, 6으로 위에서 덮어 누른다. 이건 좌변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가 심하게 공격당할 수 있다.

백 84의 보강에도 ‘가’의 약점은 아직 남았다. 그러나 흑은 당장 ‘가’에 두어 끊어가지 않는다. 주변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공격을 하려면 필살의 공격을 해야 한다. 이건 상대 말을 꼭 잡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가 대마를 잡히지 않으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말이다. 마땅한 공격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안정을 취한다. 흑도 89까지 우변에서 터를 잡았고 백도 우하를 지켰다. 백 90은 기억해둘 만하다. 한 칸 더 벌리면 주변 흑이 강하기 때문에 귀에 뒷맛이 남는다. 그런데 백이 흑의 응수를 물어본다며 92로 우상 귀에 붙인 것이 실수. 흑에게 드디어 때가 왔다. 주 5단의 인내가 열매를 맺을 시점이 된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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