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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잔인한 4월 탈출, ‘초심’으로 돌아가면 ‘비상구’가 보인다

입력 | 2010-04-06 03:00:00



《고3에게 4월은 진정 ‘잔인한’ 달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여 일 앞둔 4월이면 대입 수험생들은 3중고(三重苦)를 겪기 때문이다. 따스한 햇볕으로 춘곤증이 찾아오면서 무기력해지는데다가, 친구들은 테마파크에 놀러가자면서 유혹을 시작한다. 게다가 3월에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성적이 기대보다 낮게 나올 경우엔 수능에 대한 초조함과 압박감까지 가중된다. 그래서 고3에겐 4월에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에 슬럼프에 빠지면 다가오는 중간고사는 물론 6월 모의고사 성적까지 엉망이 되면서 상반기 전체를 망치는 ‘재난’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3의 4월, 곳곳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각종 위기요인들을 이겨내고 봄을 ‘지배’할 방법은 없을까?》

위기요인 1 떨어진 성적에 불안감만 앞선다면?
솔루션 처음으로 돌아가라!

 

고3 임모 양(18·경기 부천시)은 지난달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 이후 공황상태다. 80점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수리영역에서 63점이란 충격적인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후 임 양은 공부를 전혀 할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도 선생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율학습시간에는 책을 보기는커녕 펜을 잡는 일조차 힘겨웠다. 하루에 기출문제 2회씩은 꼬박꼬박 풀던 수리영역 문제집도 펼쳐보지 않은 지 2주째. 뚫어져라 책을 보곤 있지만 머릿속엔 ‘과연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란 걱정으로 가득했다.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해 임 양은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고1 과정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공식을 확인했다. 확실히 암기하지 못했거나 아예 모르고 지나친 부분은 빼놓지 않고 노트에 정리했다. 그간 정리한 수학오답노트도 다시 살펴보면서 ‘주로 어느 단원, 어떤 유형의 문제를 틀리는지’ ‘문제를 틀리는 원인이 계산 실수인지 아니면 개념이해 부족인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결국 고1 과정의 기초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 임 양.

그는 요즘 고난도 문제를 풀기보단 교과서 기본개념을 정리하는데 주력하는 쪽으로 공부방식을 수정했다. 임 양은 특히 자주 틀렸던 ‘타원의 방정식’ 관련 문제는 항상 문제를 풀기 전 기본이 되는 ‘원의 방정식’ 개념부터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요인 2 봄나들이가 괴롭힌다면?
솔루션 마인드컨트롤을 하라!

 

고3 이모 군(17·서울 은평구)은 최근 가족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자신만 쏙 빼놓고 2박 3일간 경북 경주에 놀러갈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 어머니가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포착한 것이다. 이 군은 “놀러갈 수 없는 내 현실이 처량하게 느껴지면서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 군은 이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책을 펼쳐놓고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여자친구랑 가까운 한강이라도 다녀올까’란 생각을 했다. 문학작품을 정리하기 위해 새로 마련한 노트는 어느새 ‘여자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데이트코스’를 정리한 노트가 됐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을 직감한 이 군은 지난 주말 자신이 진학을 꿈꾸던 서울 성균관대의 캠퍼스를 찾았다. 공부에 동기부여도 될 뿐더러 굳은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이 군은 “캠퍼스를 자유로이 거니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곧 내 선배가 될 사람들’이란 상상을 했다”면서 “특히 평소 대학생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대학 밴드부’ 모집 포스터가 교정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꼭 성균관대에 들어가 밴드부에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말했다.

위기요인 3 춘곤증을 참을 수 없다면?
솔루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고3 장모 군(17·서울 광진구)의 가장 큰 고민은 ‘졸음’이다. 몸이 나른해져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밀려온다. 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시간이면 졸음을 참으려 샤프로 허벅지를 쿡쿡 찌르거나 얼굴을 세게 때려보기도 하지만 헛수고. 꾸벅꾸벅 졸다 정신을 차리면 수업은 끝나 있고 자율학습시간은 한두 시간 훌쩍 지나있다. 자고 나면 개운하기는커녕 피로감만 더 쌓인다. 장 군은 “낮에 존 탓에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다시 아침이면 피곤한 채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라며 “생활리듬이 깨져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체력도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장 군이 내린 결정은 ‘공부계획만큼 철저한 수면계획을 세우자’는 것.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인 수면시간을 오전 1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줄였다. 그 대신 평소 틈틈이 낮잠을 자면서 줄어든 수면시간을 보충하기로 했다. 쉬는 시간 10분, 점심 먹은 뒤 10분, 자율학습 시작 전 10분은 낮잠 자는 시간으로 아예 분류했다. 장 군은 “쓸데없이 소비하던 시간을 잠에 투자하니 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시간에 조는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슬럼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내가 지금 슬럼프에 빠진 건가?’

4월, 적지 않은 고3 수험생들이 첫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기간이다.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이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는 건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 항목 중 5개 이상이 자신의 얘기라면 적극적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1. 한 문제를 몇십 분째 계속 풀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2. ‘너 성적이 왜 이렇게 낮니?’처럼 자신에게 상처가 됐던 말이 계속 생각나 잠이 안 온다.

3. 다른 일에 관심이 간다. 문득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4. 멍하니 앉아 있거나 공부와 관계없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5.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6.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초조해 진다.

7. 잠을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한번 잠들면 일어나기 힘들다.

8. 식사량이 줄고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봐도 먹고 싶지 않다.

9. 책상에 앉은 지 10분도 안 돼 지루함을 느낀다.

10. 사소한 일에 쉽게 화내고 신경질적이 된다.

11. 성적에 무관심해지고 수험정보에 둔감해진다.

12. 기존 문제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제집을 일주일에 두세 권씩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