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외국어고인 대원외고가 지난 3년간 21억원의 찬조금을 학부모에게 거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원외고를 상대로 특별 감사를 실시한 서울시교육청은 이 찬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임의로 돈을 모아 교직원에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대원외고 학부모들은 1인당 50만원을 거두어 찬조금을 조성한 뒤 야간 자율학습 지도비 명목으로 교사에게 건네거나 학생들의 간식비로 사용했습니다. 학부모 모임 경비로도 9억원을 썼습니다. 그러나 의혹이 적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야간 간식비로 사용한 것은 이해할 만 합니다. 반면에 학부모 모임 경비로 3년간 9억원을 썼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떤 모임을 가졌기에 1년에 3억원이 소요됐는지 궁금합니다. 찬조금 일부가 대학과의 관계 유지비로 사용됐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찬조금 일부가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의심을 받을 만 합니다. 교사들이 학생 지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도 떳떳한 일이 아닙니다. 학교로부터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따로 돈을 받은 것은 상식에 어긋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외국어고의 운영시스템입니다. 외국어고는 저소득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등록금이 일반 고등학교보다 비쌉니다. 대원외고 측은 학부모들이 스스로 기금을 내서 학교 운영을 돕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오랜 관행이라면 그럴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아이들은 큰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외국어고 진학을 포기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교육비리를 보면서 바깥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만은 과거의 틀에 매어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느낍니다. 불법 찬조금 논란은 이런 학교의 고립되고 뒤쳐진 상황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교육당국은 불법 찬조금이 근절되도록 철저히 감독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