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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35초’ 멕시코 7.2 강진

입력 | 2010-04-06 03:00:00

2명 사망 100여명 다쳐… 진앙, 도시서 멀어 피해 적어수백km 떨어진 LA까지 흔들… 한인 피해 확인 안돼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서북부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피해 규모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아이티,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중남미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인 데다 강도도 높아 추가 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4일 오후 3시 40분경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의 멕시칼리 시에서 동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됐다. 약 35초간의 흔들림이 감지된 16분 뒤 강도 4.3∼5.5의 여진이 세 차례 이어졌다. 지질조사국은 초기 규모를 6.9로 발표했다가 7.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아이티 지진(강도 7.0)보다 더 센 강도다.

티후아나 같은 멕시코 국경지대는 물론이고 진앙에서 수백 km 떨어진 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 동쪽으로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까지 흔들 만큼 강력했다. 애리조나 주 국경도시 칼렉시코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부활절 연휴의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던 시민들은 황급히 집 밖으로 빠져나왔고,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디즈니랜드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놀이기구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인 조 매디슨 씨는 “쇼핑하던 월마트 매장 전체가 흔들렸고 곧이어 사람들이 비상구로 몰려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강도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것은 18년 만이다. 지난달 강도 3∼4의 지진으로 몇 차례의 흔들림이 감지돼 지진활동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994년 LA에서 리히터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20여 초의 흔들림으로 72명이 사망했고 200억 달러의 피해가 났다. 지질조사국의 지질학자 루시 존스 씨는 “최소 2000만 명은 지진의 흔들림을 느꼈을 것”이라며 “며칠 안에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진앙이 인구가 몰린 도시로부터 상대적으로 먼 곳이어서 인명 피해는 적었다. 멕시칼리 시의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1명이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또 다른 남성은 집이 무너지는 것을 피해 뛰쳐나오다 달려오던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건물과 도로, 다리, 터널 등이 파손됐고 전기와 통신도 두절됐다. 멕시칼리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 300여 명은 추가 건물붕괴 우려 때문에 병원 밖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멕시칼리 시에는 우리 교민이 100여 명 살고 있다. 현재까지 교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삼성, LG전자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