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의 ‘하승진 딜레마’

“경기 앞두고 오전에 절 찾아와선 ‘출전할 준비가 됐으니 내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참 난감하죠. 완치됐다곤 하지만 경기에 나설 몸은 아닌데…. 그 성격에 한번 코트에 나서면 물불 안 가리니 부상이 재발할 수도 있고요.”
챔피언결정전에선 처음으로 3차전 출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하승진은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경기 전 워밍업 때 코트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출전 의지를 불태웠건만 끝내 허 감독의 부름을 받진 못했다.
1월 23일 하승진이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하기 전만 해도 KCC의 전력은 우승 0순위로 꼽힐 만큼 막강했다. 삼성에서 정통 센터 테렌스 레더(29·200cm)까지 영입해 난공불락의 성 같았다. 다른 팀 감독들은 KCC가 남은 정규 시즌에서 전승을 거둘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 KCC를 철저히 맨투맨으로 공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명이 매치업 상대 한 명을 책임지는 이 방식은 외곽 슛 봉쇄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6.5개이던 KCC의 3점슛은 챔프전에선 평균 4개로 줄었다. 그런데 KCC가 하승진을 내보내면 모비스의 수비는 흔들릴 수 있다.
허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하승진 카드’를 쓸까. 내년 시즌을 생각한다면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데다 부상 재발 가능성도 있어 그의 기용은 모험이다.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바란다면 하승진을 기용하지 않는 것 역시 모험이다. 이래저래 허 감독의 ‘하승진 딜레마’는 깊어만 간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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