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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특집]21세기 첫 10년 수입차 ‘빅6’

입력 | 2010-04-07 03:00:00


《2000년 이후 한국 수입차 시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수입차 연간 판매 대수는 2000년 4414대에서 지난해 6만993대로 늘었고, 국내시장 점유율은 4.94%로 5%에 육박했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수입차 회사들도 늘어났다.
2000년에는 BMW와 포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5개 회사만 국내 법인이 있었지만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이 잇달아 한국 법인을 세우고 국내 자동차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현재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는 23개에 이른다.
자 동차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수입차 6개 모델을 선정했다.》

 BMW
“성공한 중산층의 아이콘”… ‘5시리즈’ 10년 연속 롱런

 

 

BMW코리아는 2007년 5세대 5시리즈의 주력 모델이었던 ‘528i’의 가격을 8790만 원에서 무려 1900만 원 인하해 6890만 원으로 낮췄다. BMW코리아는 528i를 앞세워 단숨에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라섰다. BMW코리아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는 8000만 원대였던 프리미엄 수입차의 가격을 6000만 원대로 낮추는 계기가 됐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가격 인하는 다른 수입차 모델의 가격을 모두 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세계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 팔리는 5시리즈는 한국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높다. 4세대 5시리즈가 판매되던 시절인 2001년에는 ‘530i’와 ‘520i’가 나란히 수입차 모델별 판매 1, 2위에 올랐고, 200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4세대 530i, 5세대 528i가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등극했다. 5시리즈 모델은 지난 10년 동안 모델별 수입차 판매 상위 10위 안에 10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5시리즈의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벤츠 ‘E클래스’나 아우디 ‘A6’는 가지지 못한 영예로운 기록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5시리즈는 한국에서 성공한 중산층의 아이콘이 됐다”며 “미학적으로 뛰어난 디자인과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안락한 승차감, 혁신적인 편의 장치, 안전성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한국 시장에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7시리즈급 실내 공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6세대 5시리즈 4개 모델이 아시아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1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하자 3000대가 예약판매돼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폴크스바겐
소형-해치백은 안된다? 탄탄한 성능으로 이변!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모델인 ‘골프’는 지난해 1361대가 팔려 모델별 수입차 판매 순위 9위에 올랐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골프가 1000대 넘게 팔린 것에 대해 수입차 시장의 두 가지 고정관념을 깬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두 가지 고정관념은 ‘중형 세단보다는 커야 잘 팔린다’와 ‘해치백 모델은 볼륨 모델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차체의 크기를 따지는 것은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면서 그보다 작은 차를 살 리가 있겠느냐는 논리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치백 모델을 선호하지 않아 수입차 회사들은 해외에서 잘 팔리는 해치백 모델이라해도 들여오기를 꺼렸다.

골프가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두 가지 조건이 없음에도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성능 때문이다.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 승차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339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혁신적인 연료소비효율도 한몫했다. ‘골프 TDI2.0’ 모델의 공인 연비는 L당 17.9km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배기량 2L 이상 승용차 중 가장 높다. 게다가 고출력 모델인 ‘GTI’와 ‘R32’를 통해 마니아층도 형성했다.

골프 TDI2.0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폭스바겐코리아는 TDI보다 상위 모델인 ‘GTD’를 선보였다. 디젤 터보차처 엔진이 들어간 GTD는 170마력에 토크가 35.7kg·m에 달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수입차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는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성능 과 디자인이다.
특히 일반 자동차로는 상상하기 힘든 가속력과 코너링에다 숨이 막힐 듯한 초광폭타이어, 낮은 차체, ‘에지’ 있는 디자인의 스포츠카는 국산차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21세기 첫 10년간 국내에 출시된 가장 인상적인 스포츠카로 닛산 ‘GT-R’과 아우디 ‘R8’을 꼽았다.》


닛산 GT-R
아우디 R8
엄지손가락이 저절로 올라간다, 스포츠카의 왕중왕

 

 

‘기술의 닛산’이라고들 부른다. 일본 자동차회사 가운데 기술에 가장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닛산은 전통적으로 회사 내에서 기술파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기술의 대표성을 띤 모델이 ‘GT-R’이다. 닛산은 GT-R에 장인의 혼을 담았다고 말한다. 성능 자체만 보면 럭셔리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셰를 위협한다. 자동차 성능 테스트 서킷으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GT-R는 지난해 4월 그동안 양산 스포츠카들이 세운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며 화젯거리가 됐다.

닛산은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멀티 퍼포먼스 슈퍼카를 목표로 GT-R를 만들었다. 서킷, 빗길, 눈길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성능은 슈퍼카급이지만 운전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고 어느 정도 능력만 있으면 성능의 대부분을 뽑아내며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된 3.8L 트윈터보 V6엔진은 485마력에 60kg·m토크를 낸다. 엔진뿐만 아니라 자동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세계 최초의 독립형 리어 트랜스액슬 아테사(ATTESA) E-TS 사륜구동 시스템이 결합돼 주행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디자인은 작은 부분부터 전체적인 외형까지 균형을 이루며 철저한 기능성을 추구했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초고속 주행이 가능한 만큼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통해 주행 시 공기저항을 세계 최저수준(0.27)으로 낮추면서도 다운포스를 발생시켜 주행 안정성을 이뤄냈다. 회사측은 “GT-R는 단순히 닛산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중 하나가 아니라 한국에서 브랜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콰트로.’ 4륜구동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아우디와 동일시된다. 자동차회사 중 4륜구동 승용차 부문에서 가장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아우디는 슈퍼카 ‘R8’을 통해 ‘콰트로 제국’이라는 꿈을 이뤄냈다.

 

 

아우디만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속에 강력한 엔진과 함께 커브길에서 극한으로 몰아붙여도 밖으로 밀려날 것 같지 않은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최근엔 엔진이 기존 V8 4.2L에서 V10 5.2L로 업그레이드되며 더욱 강해졌다. 525마력에 최대토크 54.1kg·m의 힘을 지닌 새 엔진은 알루미늄 차체를 3.9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올려놓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316km에 이른다. 여기에다 동력전달 성능이 높고 반응이 빠른 ‘R-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파워와 럭셔리를 함께 갖췄다.

중앙에 엔진이 장착된 미드십 방식의 R8은 콰트로 시스템은 다른 모델들과 달리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을 채택해 평소 주행 시에는 앞뒤축에 15 대 85의 동력 배분이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최대 30%의 동력을 몇 밀리초(1000분의 1초) 내에 앞바퀴로 배분함으로써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R8은 모두 3차례 국내외에서 운전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평형 이동감과 함께 극한 상황에서의 안정성은 저절로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4.2L 모델로 서킷의 코너를 공략할 때 슬릭타이어를 끼운 레이싱카처럼 머리의 피가 한쪽으로 몰리는 느낌은 슈퍼카 중에서도 최고수준이다. 다만 시속 280km을 넘자 가속력이 크게 둔해지며 출력이 약간 아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5.2L 엔진이 올라가며 이 같은 불만조차 말끔히 사라졌다. 특히 5.2L 모델을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시승했을 때는 폭우가 내려 일반 후륜구동 미드십 스포츠카라면 테스트가 불가능할 상황이었지만 능동형 콰트로 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르게 슬라럼 구간을 통과해 R8의 주행성능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연비 비교불허… 서울∼일산 출퇴근 하루 3L면 “OK”

 

 

푸조 ‘308MCP’의 연비는 L당 19.5km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하면 가장 좋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시청까지 왕복 출퇴근 거리가 55km인 장거리 운전자라 할지라도 하루 3L로 충분하다. 이 모델은 지난해 7월 영국에서 연비 세계 기록을 세워 주목을 받았다. 7일 동안 영국 해안 지역 5920km를 주행하면서 132L만 사용해 L당 주행 거리가 무려 44.8km에 달했다.

차량 설계에서부터 엔진, 변속기, 타이어까지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놀라운 연비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차체 라인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고, 최신 미세먼지필터 시스템(PDF)이 장착된 1.6L HDi엔진과 6단 전자 제어 기어 시스템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가 조화를 이뤄 연비 향상에 기여한다고 한다.

푸조는 308MCP뿐만 아니라 ‘206’ ‘3008’ ‘407’ ‘607’ 등 다른 모델들도 모두 연비가 좋은 편이다. 판매하는 모델의 평균 연비는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다. 푸조는 ‘수입차는 연비가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1등 공신이다. 수입차 회사들은 얼마나 힘이 좋고 잘 달릴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했지만 푸조가 ‘기름값만 아껴도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가 상쇄된다’는 마케팅을 하면서 효과를 거두자 다른 수입차 회사들도 비슷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훌륭한 연비 이외에도 푸조는 독특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핸들링 등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측면-커튼-무릎 에어백… “이보다 안전할 순 없다”

 

 

도요타가 지난해 내놓은 중형 세단 ‘캠리’는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캠리의 명성과 349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캠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도요타가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판매 물량을 월 500대로 제한한 탓에 대기자가 한때 5000명에 이르렀다.

캠리는 국내 자동차의 안전장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를 표방하고도 차체자세제어장치(VSD)가 기본 품목으로 장착되고 측면에어백과 커튼에어백에 무릎에어백까지 장착돼 있는 것을 본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이후 나온 중형 세단 이상 모델에 이런 안전장치를 기본 품목으로 장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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