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이어업계의 최대 과제는 ‘안전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가지의 상충된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이다.
제동력이나 접지력을 높여 안전성을 향상시키면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력이 높아져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각 타이어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제품에 모두 표기토록 하는 ‘타이어 라벨링’ 제도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이런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도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2012년 11월부터 타이어 라벨링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2000년 이후 지난 10년간 국내에선 한국타이어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1위 타이어기업인 브리지스톤타이어도 첨단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시장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제동력 개선+연비 향상’ 두 마리 토끼 함께 잡아
○ 한국타이어, ‘안전성’ 사회적 기업 차원으로
이를 위해 한국타이어는 주행 안전성과 제동력이 우수한 ‘비대칭 패턴 디자인’을 개발해 패턴의 바깥쪽은 젖은 노면을, 안쪽은 건조한 노면을 각각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로써 코너링 시 접지력과 고속주행 시 안정성은 물론 다양한 노면에서 최적의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비대칭 패턴 디자인이 적용된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UHP) 타이어 ‘벤투스 S1 evo’의 경우 독일 유명 자동차 잡지의 UHP 타이어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유럽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신차용 타이어로도 공급됐다. 특히 벤투스 S1 evo는 고분산실리카(HDS) 컴파운드 기술을 새로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제동력을 15% 이상 끌어올렸다.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을 강화하려면 지면과 닿는 트레드(돌기 부분)의 재질도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는 특수재질의 실리카 고무를 개발해 물에 닿을 때의 접지력을 높였다. 또 나노 입자 단위의 첨단소재를 개발해 실리카 고무보다 한층 앞선 제동력을 갖춘 타이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젖은 노면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작업으로 ‘수막현상’(빗길에서 고속주행 시 타이어가 지면 위에 뜨는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특히 제품 개발을 넘어 사회적 기업 차원에서도 안전성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티스테이션 방문고객에게 무상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해 주고, 타이어 관리요령을 교육해 주는 ‘고객사랑 안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판매 1위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도 나노기술부터 재료공학, 응용생물학 등 다방면에서 첨단 타이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브리지스톤은 연간 매출액의 3%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인 포뮬러원(F1)에도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브리지스톤이 독자 개발한 ‘나노 프로테크’ 기술은 친환경과 안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첨단기술. 나노 프로테크는 타이어를 이루는 탄소의 분자구조를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단위로 설계해 운동 시 탄소 분자의 응집을 막는 기술이다. 보통 타이어는 회전 시 탄소 분자가 뭉치면서 마찰열을 일으켜 연비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때 탄소 분자를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면 접지력과 승차감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이 기술이 적용된 ‘에코피아 EP100’ 제품은 회전저항을 기존 타이어에 비해 30%가량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브리지스톤은 ‘AC(접촉면 적응) 블록’을 개발해 고속주행 시 소음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특수 설계된 트레드 패턴으로 진동을 줄임으로써 주행 중 고주파 음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마모를 줄여 타이어 수명을 늘리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내놓은 승용차용 ‘포텐자’ ‘투란자’ 시리즈와 상용타이어는 매년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