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 詩로 되새겨보자”
사내 공모전 치열한 경합
65세 정순희씨 ‘장원’ 차지

'억겁의 세월동안 쌓인 인연으로/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을/우리는 고객이란 이름으로 맞이했습니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소중하게 맞이한 당신을 위해/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답은/혼을 담아 만든 제품을 당신께 선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시'를 써본 게 언제인가요? 대부분의 성인에게 시 짓기란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 대회 이후 해본 적 없는 오래전 기억이겠죠. 그런데 최근 가구기업 '에넥스' 직원 500여명이 단체로 시 짓기에 나서 화제입니다. 서울 본사, 연구소 직원부터 충북 영동 황간공장에 근무하는 현장직원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고객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내 시 공모전 때문입니다.
이번 공모전은 "시를 통해 고객감동경영 실천 의식을 되새겨보자"는 경영진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직원이 수년, 혹은 수십 년 만에 펜을 들고 시를 써야 했으니 당황스러웠을 법도 한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고 합니다. 에넥스의 한 직원은 "비록 사내공모전이긴 하지만 시를 짓는다고 생각하니 한 가지 주제(고객감동)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해 고심하게 되더라"며 "'고객감동'을 주제로 한 지금까지의 어떤 사내 교육보다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에 소개된 시는 이렇게 치열한 경합 속에 1등을 차지한 황간공장 생산2팀 정순희(65) 씨 시입니다. 1991년 에넥스에 입사한 정 씨는 19년 동안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최고가 부엌가구만 만들어왔다고 하는데요. '고객이란 이름의 당신께'란 제목의 이 시에서 정 씨는 고객만을 위하는 장인정신을 '인연'이라는 말로 풀어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 씨의 시는 지난주 전국의 에넥스 매장에 액자로 제작돼 걸렸다는군요.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정 씨에게는 더욱 뜻 깊은 시가 될 듯 합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