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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집권 노동당 ‘수성’이냐…캐머런의 보수당 ‘탈환’이냐

입력 | 2010-04-07 03:00:00

영국 내달 6일 총선 실시
재정적자 감축 최대 쟁점





영국이 다음 달 6일 역사적인 총선을 치른다. 보수당이 13년 집권의 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6일 각의 후 버킹엄 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예방해 의회 해산을 청원하고 다음 달 6일을 선거일로 발표했다.

국민에게서 능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호감을 사지 못하는 브라운 총리에게는 선거일이 자신의 총리 임기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붕괴에 가까운 영국 경제의 침체로 타격을 입은 집권 노동당의 브라운 총리는 당 내부에서조차 차기 총리 후보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당이 패배한다면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압도적 승리로 시작된 한 시대가 마감된다. 블레어 총리는 3번의 선거에서 내리 승리하며 노동당의 13년 장기 집권을 이끌었다. 브라운 총리의 최대 약점은 스스로의 힘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는 2007년 블레어 총리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경제위기로 고통받고,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지치고, 의원들의 초과 비용 청구에 실망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그러나 브라운 총리는 세계 경제가 붕괴한 가운데 영국을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끌어냈다고 자부한다. 그는 6일자 일간 데일리미러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최근 2년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뒤로 물러나 있지도 않았고 경제운영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는 보수당이 영국을 위기에 빠뜨리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10%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일 일간 가디언지에 발표된 ICM의 여론조사에서는 33%의 지지를 얻어 37%를 얻은 보수당을 4% 차로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위기로 심각해진 재정적자다. 1670억 파운드(약 335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재정적자에 대해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지출 삭감을 공약하고 있으나 그 정도와 시기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당은 2011년 경제 회복 때까지 재정지출 삭감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당은 노동당이 예고한 국가보험료와 소득세 인상 계획의 철회 등을 통해 올해 안에 600억 파운드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마거릿 대처와 윈스턴 처칠의 보수당은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를 중심으로 1992년 이후 처음이 될 수 있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연설에 능한 캐머런 당수는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큰 아이디어(big idea)를 갖고 있다. 노동당의 큰 정부(big government)는 실패했다. 이제 큰 사회(big society)가 활약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보수당이 노동당에 앞서고 있긴 하지만 단독으로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노동당 지지 유권자들의 6.9%를 보수당 지지로 바꿔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머런 당수는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대처 전 총리 이래 냉정한 보수주의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영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총리 후보 간 TV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는 59세의 둔중한 이미지의 브라운 총리보다는 44세의 세련된 이미지의 캐머런 당수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