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존재, 감사한 일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
그리고 다시 감사할 일이다. 그는 고결한 죽음으로써만 우리에게 남은 것이 아니라 세상과 이별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참된 위로와 격렬한 감격으로 남았다. 더구나 그의 이별 방식은 뒤에 남은 동료들에 의해 완성됐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또 다른 은혜이자 축복이었다.
영결식에 참석한 그의 동료들이 운구행렬을 멈추어 놓고 울면서 부르는 UDT가(歌)를 들으면서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그들의 노래는 지상(地上)의 것이면서 지상의 것 이상이었다. 영웅을 보낼 때 어떻게 보내는 것이 합당한지를 아는 이들. 영웅의 동료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이별이었다. 그들의 노래와 마지막 경례에 의해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은 돌아가신 이와 남아있는 이가 하나가 되는 신성한 제전(祭典)으로 마무리됐다.
한주호 준위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 새삼 깊이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선구자와 영웅의 희생에 빚지면서 여기까지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그들을 기리고 감사하는 일에 서툴렀고 무지했고 게을렀다.
이민족의 압제로 처절하게 고통 받고 나라까지 잃었던 대한제국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 멸망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순국선열, 6·25전쟁에서 산화한 호국 영령,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지사, 산업화의 역군으로 자신을 바친 이들….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 활약했던 많은 영웅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땅의 모든 벌판과 모든 골짜기가 다 그들의 삶과 희생을 말하고 있지 아니한가.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영웅의 희생을 대할 때마다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뿌리 없는 감사가 대부분이었다. 목전에 닥친 경쟁이나 목표나 염려에 쫓겨서 급하게 살아가느라고 ‘물 위에 쓴 글씨’처럼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감사로 그들의 희생을 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정성과 진심을 갖고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려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기틀을 만들고 우리 삶과 정신의 기둥이 된 영웅의 희생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정성과 진심을 갖춘다면 실현 방법은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그런 방법을 찾아서 물 위에 쓰는 것이 아니라 돌에 새기고 쇠에 새기듯이 그들의 희생과 기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감사하면서 후손에게까지 전해야 한다.
송우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