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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남이 시켜야만 움직였는데… 그 분처럼 희생정신 키울래요”

입력 | 2010-04-07 03:00:00


■ 진해 웅동초교 ‘한준위 추모 특별수업’ 현장

숙연한 교실
신문기사-영상 보고 소감 발표

그리운 추억
“아빠랑 제게 밥도 사주셨죠”

눈물의 편지
“제 마음속 영원히 기억될 것”


6일 오전 경남 진해시 웅동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이라는 주제로 특별 수업이 열렸다. 한 준위와 관련된 동영상과 신문 기사를 보고 난 학생들이 추모글을 쓰고 있다. 진해=최재호 기자

‘(한) 한주호 준위께서, (주) 주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호) 호랑이처럼 달려와 사람들을 돕는다.’(경남 진해시 마천동 웅동초등학교 5학년 1반 정민지 양이 고 한 준위에게 바친 삼행시) 6일 오전 9시 50분 웅동초교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학교 측이 2교시 도덕시간에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이라는 주제로 특별수업을 편성한 것.

▶본보 3일자 A5면 참조
[관련기사] [단독]‘해군의 도시’ 진해 초중교 추모 특별수업

특별수업은 안효성 담임교사(36)가 한 준위와 관련된 동영상과 신문 기사를 보여준 뒤 학생들의 소감 발표, 추모 글, 편지, 삼행시 쓰기, 신문 만들기 등으로 진행됐다. 한 준위의 생전 동영상이 나올 때는 교실 전체가 숙연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준위님께서 아빠랑 제게 밥을 사주셨어요. 아빠도 한 준위님께 교육받은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소속 상사예요. 준위님에 이어 지금 소말리아 청해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아빠가 멀리서 준위님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어요.” 장유담 양은 눈시울을 붉혔다.

해군인 아빠가 며칠 전 천안함 침몰 해역에 다녀왔다는 박지영 양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제 마음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라는 편지 글을 읽는 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치헌 군도 “해군 소령인 아버지에게 사건 전부터 한 준위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남이 시켜야 움직이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했어요. 준위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부끄러웠어요. 저도 앞으로 희생정신과 용기를 키우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웅동초교 재학생 530여 명 가운데 130여 명이 장유담 양처럼 해군 가족 자녀다. 학교에서 50m 떨어진 곳에 해군아파트가 있다. 특별수업은 해군 자녀뿐만 아니라 해군가족 친구를 둔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곽태호 군은 “이순신 장군과 유관순 열사의 전기문을 읽었을 때처럼 한 준위님 이야기를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가 공부하고 이런 생활을 누리는 것도 한 준위님처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정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40분 수업이 끝날 무렵 교실 칠판에는 대한민국 지도가 걸렸다. 학생들은 미리 나눠준 하얀색 국화그림 종이에다 한 준위에게 바치는 추모 글을 적은 뒤 지도에 하나씩 붙였다. 지도 전체가 추모글로 뒤덮였다. 안 교사는 “마음이 아픈 수업이었지만 한 준위님의 거룩한 희생정신으로 대한민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날 웅동초교에서는 5학년 1반뿐만 아니라 이 학교 1∼6학년 모든 교실에서 같은 수업이 이뤄졌다. 4학년 2반 교실에서는 1분간 묵념을 한 뒤 특별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한실 교장은 “보통 수업보다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훨씬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한 준위 추모 특별수업은 7, 8일 해군 자녀가 30%가량 재학 중인 진해여중과 덕산초교로 이어지는 등 이번 주 진해지역 28개 모든 초중학교에서 계속된다. 문장영 진해교육장은 “특별수업은 한 준위님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교육에 접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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