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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깨끗이 비운 그릇엔 깨끗한 환경이 채워진다

입력 | 2010-04-07 03:00:00


A 기업의 구내식당 주인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달인으로 불린다. 비결은 프로정신에서 나온 족집게 예측 덕분이다. 회의가 많은 월요일이나 비가 오는 날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온다. 하지만 금요일이나 날씨가 좋은 날은 직원들이 외식을 많이 한다. 그리고 여성은 양식, 남성은 탕을 좋아한다. 이렇게 날씨, 성별, 회사 행사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메뉴와 분량을 정한다. 그리고 밥공기와 국그릇은 소형을 따로 준비해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했다.

또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남은 음식을 버리는 위치를 출입구 반대쪽에 설치해 멀리 돌아가도록 하였다. 잔반을 버리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 식사 후에 남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다.

음식물쓰레기의 70%가 가정이나 소형 식당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 음식문화는 반찬이 푸짐하고 양이 많은 것을 미덕이라 여긴다. 자연히 먹고 남기는 음식도 많다. 음식물은 쓰레기 처리 과정뿐 아니라 생산, 유통, 가공, 조리 단계마다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음식물을 남김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한 해 18조 원에 이른다. 각 가정으로 나누면 120만 원 수준이다. 이 중 20%만 줄여도 수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온실가스도 약 400만 t을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식은 국물이 많아 남은 음식의 오수가 토양으로 흘러들어 갈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과 더불어 지하수까지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한 컵 정도의 된장 국물을 정화하려면 1만2500컵의 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이나 호수 등에 방류될 경우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고농도 유기물을 수중 미생물이 섭취하여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로 인해 수중 산소가 고갈돼 수중 생태계에 교란을 가져온다.

남기지 않는 음식문화는 환경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식량위기도 해결하는 방법이다.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는 ‘한국인 4000만 명이 매끼 한 알의 밥풀을 버리면 4000만 개의 밥알을 버리게 되고, 밥 한 사발에 들어가는 밥알을 따져보았을 때 끼니마다 수만 그릇을 버리게 된다. 즉 국민 1인당 밥풀 한 개만 절약해도 수만 명이 먹고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앞으로 알맞게 제공하고 먹을 만큼 덜어먹는 음식문화, 쾌적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깨끗이 비운 그릇에 이웃 사랑을 채우는 음식문화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작은 습관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깨끗한 지구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다. 나부터(Me first), 오늘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유복환 환경부 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