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com

지상파 시청 49분 줄고, 케이블 160분 늘고…

입력 | 2010-04-08 03:00:00


■ 2000~2010년 가구별 시청 유형 추이 조사

지상파 올해 5시간21분-케이블 3시간4분 시청
지상파선 드라마, 케이블-DMB는 스포츠 인기


방송을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매체별로 인기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있다. TNmS미디어코리아의 올해 1분기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TV에선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오른쪽)가, 지상파 DMB에선 김연아가 출전한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왼쪽)이, 케이블 TV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중계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한상혁 씨(26)는 퇴근한 뒤 게임과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을 튼다. 출근길에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볼 수 있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본다. 한 씨는 “지상파 프로그램은 유형이 비슷비슷해서 잘 안 본다. 케이블의 차별화된 전문채널을 챙겨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씨와 같은 사례는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TV 시청 유형이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TNmS미디어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2010년 1분기 시청률 동향’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지상파 시청 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케이블 시청 시간은 크게 늘어났다.

○ 청년층 케이블 선호 늘어


2000년 1분기에 가구당 하루 6시간 10분이었던 지상파 시청 시간은 올해 1분기 5시간 21분으로 49분 줄었다. 같은 기간 케이블 시청 시간은 24분에서 3시간 4분으로 2시간 40분 늘었다.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송종길 교수는 “여전히 케이블에서 지상파 계열 채널사업자(PP)의 힘이 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케이블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미 미국에서는 케이블 TV의 점유율이 지상파를 앞섰는데, 우리도 비슷한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10대의 하루 평균 지상파 시청 시간은 71분, 케이블 시청 시간은 53분으로 지상파가 케이블보다 18분 길었다. 20대는 케이블보다 지상파를 21분 더 많이 봤고 30대는 57분, 40대는 79분, 50대는 112분 더 보는 등 고령층일수록 지상파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올해 1분기 성별·연령별 지상파 및 케이블 시청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남성은 일일 케이블 시청 시간(65분)이 지상파(59분)를 앞질렀다.

지상파 DMB 시청률 조사는 2008년 8월 시작됐다. 휴대전화 및 차량용 DMB 보급은 꾸준히 늘었지만 시청 시간은 보급률에 따라 늘어나지 않고 조사 시점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TNmS 김기훈 마케팅팀장은 “DMB는 TV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언제 조사하느냐에 따라 시청 시간이 다르다. 스포츠 경기나 뉴스 속보가 많은 시점에 DMB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 8월에는 개인의 하루 DMB 시청 시간이 평균 26분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 하반기 10분대로 떨어졌다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열린 올해 2월에는 20분으로 상승했다.

○ 시청자 분화현상 뚜렷

매체별로 시청층이 나뉘고 인기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시청자 분화’ 현상도 뚜렷했다. TNmS미디어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체 지상파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분석한 시청률 순서를 보면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평균 35.4%), KBS 일일연속극 ‘다함께 차차차’(평균 33.2%), KBS 미니시리즈 ‘추노’(평균 31.7%)가 1∼3위를 차지하는 등 지상파 시청자의 드라마 선호현상이 뚜렷했다. 지상파의 주시청자가 40대 이상 남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으로 보는 TV’인 지상파 DMB는 매체 특성상 스포츠 중계와 뉴스 속보 시청률이 상위에 올랐다.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쇼트트랙 중계가 1, 2위였고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 45분에 방영된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 3위였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 50분에 시작하는 MBC ‘분홍립스틱’도 지상파 TV에서는 시청률 20위 안에 못 들었지만 지상파 DMB에서는 19위였다. 케이블에서는 1∼3위가 모두 스포츠채널의 프리미어리그 및 프로야구 중계였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다매체시대 시청률 조사는 DMB-IPTV도 시청기록 남아… 일부서만 집계

‘집 안’에서만 TV를 보던 시대가 끝나고 휴대전화 및 차량용 TV로 ‘집 밖’에서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는 시대가 열리면서 시청률 조사 방법도 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TNmS미디어코리아가 지상파 DMB 시청률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TNmS는 휴대전화 300대 및 차량용 DMB TV 300대에 시청 정보가 자동 저장되는 장치를 장착했다. 이용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한 내용은 다음 날 오전 2∼4시에 TNmS로 전송된다. 차량용 기기를 통해 본 내용은 운전자가 하루 운전을 모두 마친 뒤 차량용 기기와 휴대전화를 케이블로 연결하면 시청 정보가 전송된다.

인터넷TV(IPTV) 가입자가 늘면서 실시간으로 TV를 보는 것뿐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로 원하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TNmS는 KT와 제휴해 IPTV 가입 가구의 셋톱박스에 저장된 실시간 프로그램 시청 기록과 VOD 다운로드 횟수를 바탕으로 시청률을 집계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및 케이블 TV 시청률은 시청자가 특수 리모컨을 사용해 자신이 시청하고 있는 정보를 입력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시장 수요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DMB 및 셋톱박스를 통한 IPTV 시청률 조사를 안 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