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창극 ‘춘향 2010’

국립창극단이 새롭게 선보인 창극 ‘춘향 2010’에서 이몽룡 역의 남상일(왼쪽)과 성춘향 역의 이소연이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이용탁 씨가 맡은 음악은 소리꾼의 노래에 대한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모든 소리를 관현악화해 이끌고 나갔다. 임일진 전 국립오페라단 상임미술감독이 맡은 무대는 타원형의 반투명막과 노랑 빨강 초록의 단청 빛깔로 이뤄진 3겹의 장막을 통해 현대적 감각이 곁들여진 전통적 공간을 빚어냈다.
하얀 색 반투명막 위에는 서곡과 간주가 흐르는 동안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의 영상이 펼쳐졌다. 극이 진행될 때는 카메라 렌즈처럼 사각 형태로 닫혔다 열리는 황적록 3겹의 무대가 깊은 공간감을 구축했다. 또 무대를 가로지르는 대형계단을 통해 수직적인 유교적 공간질서를 담아냈다.
그러나 그런 변신이 2막에만 집중된 절반의 시도라는 점은 아쉽다. 1인극인 판소리 공연에서 춘향은 발랑 까진 10대 소녀, 남자를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는 요부, 정절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요조숙녀, 불의에 저항하는 의기녀까지 다양한 얼굴을 지닌다. 이를 무대극으로 전환할 때는 그런 캐릭터 중 하나에 방점을 찍는 예술적 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춘향 2010’의 선택은 그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21세기 창극을 표방하면서 신발 끄는 소리를 뜻하는 예리성(曳履聲) 같은 한문 표현을 거르지 않고 사용한 점도 아쉽다. 2만∼7만 원. 1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90-411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